반려동물★

꼬실이(32)_꼬실아, 꼬실아!

7154 2011. 3. 1. 17:50

 

 

 

 

꼬실이(32)_꼬실아, 꼬실아!

 

 

 

 

“꼬실아, 얘, 꼬실아, 꼬실앗, 꼬실아아!”

잠기운도 없이 또롱또롱한 딸애 목소리에 잠결에서도 놀랐다.

‘쟤가 왜 벌써 깨서 이 소란이야.’

반쯤 눈을 뜨고 시계를 건너다보니 다섯 시 넘을락 말락. 휘익 돌아누웠다. 여전히 딸은 꼬실이를 부르고 있었다.

‘잠이 안 와 일어났으면 얌전히 책이나 읽든지 소리 줄여놓고 TV나 볼 것이지 왜 저렇게 애를 부르고 난리야 난리는.’

“어머니, 어머니, 꼬실이 좀 봐요, 얘가 이상해요!”

 

급기야 딸애 목소리에 다급함이 실려 나를 깨웠다. 부스스 몸을 일으켜 어정어정 거실로 나가자 딸이 꼬실이를 안고 흔들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니, 얘가요, 빳빳하게 굳어서요….”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었다. 딸의 한쪽 팔에 아기처럼 뒤집혀져 안겨 있는 꼬실이는,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몸도 틀어져서 묘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자세인 걸 잠결에 언뜻 봐도 알았다. 그리고 혀가 살짝 나온 입으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무엇보다도 눈이, 눈이 이상하게 떠져 있다.

 

“글쎄요, 푸닥푸닥 하는 소리에 놀라서 눈을 떴더니 얘가 없었어요. 화장실 갔나 보다 하고 다시 자려는데 푸닥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어요. 이상해서 나와 봤더니, 뒤집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푸닥거리는 거예요. 눈알이 양쪽으로 왔다갔다….”

 

볼일 보러 나왔는지 오줌과 똥이 있었는데 평소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딸이 꼬실이를 어르고 있는 동안 나는 부랴부랴 오줌과 똥을 치웠다. 우리가 허둥대느라고 밟아댈지도 모를 일이었다.

“병원 가야지요?”

 

나는 돋보기 없이는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건넨 전화기로 딸이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에 깨 있었던 것인지 의사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딸이 울면서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옆에 서 있던 내 눈에 꼬실이가 안정을 찾은 모습이 들어왔다.

“얘, 지금은 괜찮아졌다.”

딸은 제 팔에 안겨 있는 녀석을 내려다보고는 얼른 전화기에 대고 괜찮아졌다 말을 했다. 내가 건네받았다.

 

“발작인 모양인데….”

“무슨?”

“간질발작이요.”

“여태 없던 간질이 무슨.”

“사람이 유전적으로 갖고 있는 간질과는 달라요.”

“그러면 어째요?”

“간격이 얼마나 잦느냐 뭐 그런 것 봐야죠.”

“지금은 일단 괜찮아 뵈니까, 이따 병원에 데려갈게요. 검사로 이상을 알 수 있죠?”

“해봐야 알겠지만…. 천천히 오세요.”

“그러면 이따 봅시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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