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걸핏하면 툭 쓰러지다_시력 잃은 꼬실이(37)

7154 2011. 3. 9. 11:07

 

Donald Zolan

 

 

 

 

걸핏하면 툭 쓰러지다_시력 잃은 꼬실이(37)

 

 

꼬실이의 세월이 며칠 사이에 화살처럼 날아가고 있다.

열여덟 해나 살았으면서도 몇 군데 동물병원(다른 사람들 따라 그들이 다니는 동물병원에 갔다가) 수의사들에게서 일여덟 살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사흘 전에 발작 한 번 일으키고는 하루가 십 년은 되는 듯 갑자기 기력이 뚝 떨어졌다.

 

아침 다르고 점심 다르고 저녁 다르다. 뇌에 이상이 생긴 게 확실한 듯 균형을 잡지 못해 앉거나 서거나 걷거나 자꾸 한쪽으로 기운다. 물그릇 찾아 가려면서도 근처에서 둥글게 둥글게 돌기만 하는 적이 많아 나를 안타깝게 한다. 그리고 인제, 걸핏하면 툭 쓰러진다.

발이 엑스자로 꼬여서 걷지 못하고 비척대다가 나동그라진다. 불과 사흘만의 일이다.

 

눈이 안 보이니까 전처럼 날듯이 뛰지는 못해도 어디를 가든 전혀 지장이 없었다. 복잡한 데 안고 갈라 치면 굳이 내려서 제 발로 걷겠다고 고집을 부려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뚜벅뚜벅 걷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너 발자국도 못 가서 주저앉고 나뒹구는 일이 생기다니. 저도 당황한지 흔들거리며 앉아 보이지 않는 눈만 껌뻑거린다.

 

조금 아까도 쉬야하겠다고 몸을 일으키기에 얼른 화장실에 데려다 줬다. 녀석을 내려놓고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앉은걸음으로 쫓아다녔다. 금세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리는 몸을 언제라도 손으로 떠받칠 준비를 하고서.

이윽고 쉬야를 하고 화장실을 나서긴 했는데 나서자마자 나동그라졌다. 녀석을 부축해 일으키며 달래는 말을 듣고 딸이 방에서 나왔다.

“다리에 기운 없어 그런지 못 걷네. 저는 걷고 싶은 모양이구만.”

딸이 냉큼 동생을 안아 들었다.

“못 걸으면 어때. 이렇게 안고 다니면 되잖아. 자, 어디 가고 싶어?”

 

누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비스듬히 안겨 있는 녀석을 보자니 다시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적어도 녀석은 편안해 보였다. 평화로운 표정이, 오래 살면서 지혜로워진 목숨들만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우리 예쁜 아들 얼굴에 자리 잡았다. 그걸 보면 한편으로는 기쁘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 반려동물 스토리 원고 모집

http://blog.daum.net/jlee5059/17938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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