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언제나 내 곁에_시력 잃은 꼬실이(38)

7154 2011. 3. 14. 16:18

 

 

 

 

언제나 내 곁에_시력 잃은 꼬실이(38)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아. 이러니 피로가 가시지 않지.’

이렇게 투덜대는 나를 위해서 딸애가 데리고 가 잠을 청하는 밤이 간혹 있었는데, 거기서 얌전히 자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눕다 녀석을 발견해 허탈하게 웃은 적이 많았다. 어느 새 살곰살곰 내 침대에 기어올라 내 옆에서 자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녀석은 내게서 자주 도망쳤다. 머리 빗자, 목욕하자, 약 먹자, 옷 갈아입자 등등, 내가 녀석을 안았다 하면 자꾸 귀찮은 일을 만드니까 웬만하면 내게 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천둥이 치고 하늘 찢어지는 번개가 지나가면 어김없이 내 가슴으로 덤벼들었다. 내가 분주해 잠시 누나랑 있으라고 해도 마지못해 그 품에 안겨 덜덜 떨다가 어떻게 해서라도 내게 다시 달려오곤 했다. 배탈이라도 나서 설사를 한다든지 하면 역시 내게만 붙어 있었다.

“자기를 보호하고 돌보는 게 어머니라는 걸 아나 봐요.”

버둥거리는 녀석을 내 품에 안겨주면서 딸은 다소 서운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했었다.

 

 

눈이 안 보이면서 누나를 많이 찾았다. 누나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엔 내가 놀자 해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잠을 자거나 그냥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곤 하다가 누나가 올 때 가까워지면 한 시간 전부터 문 앞에서 서성이곤 했다. 일단 누나가 와야 밥도 먹고 간식도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잤다. 누나 팔베개 베고 곱게 자다가도 밤이 이슥하면 누나 침대에서 내려가겠노라 울었다. 그 울음소리에 거의 매일 밤 깨야 했던 나는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켜 이미 깊게 잠이 들어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애 침대에서 꼬실이를 데려오곤 했다. 그렇게 옆에 뉘자마자 토닥거릴 새도 없이 내 옆구리에 코를 박고 잠이 들었다. 몸이 성가시기는 해도 나를 찾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는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딸애는 또 어머니한테 갔다고 역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 반려동물 스토리 원고 모집

http://blog.daum.net/jlee5059/17938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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