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40)_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하다

7154 2011. 7. 10. 09:45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하다(1)

 

 

 

특별히 질문을 한다거나 할 건 없습니다. 다만 이제는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직접 건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우리 꼬실이가 오래 살아 있지 않을 것 같아서 부쩍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나의 생애 쉰 네 해를 개가 없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꼬실이는 내게 더 특별한 아이지요. 그전까지 있던 개들은 우리 식구의, 즉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인인 개였지만, 꼬실이는 결혼하고 나서 오로지 나만이 주인이 된 개니까요. 물론 결혼하고서 꼬실이가 오기까지 네 해 동안 두 마리의 개가 내 손을 거쳐 갔지만 너무 일찍 떠나거나 잃어 버려서 진정한 의미의 내 개는 꼬실이가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19935월생인 우리 꼬실이는, 그러니까 올해 열여덟 살입니다. 태어난 지 일곱 달쯤 되어서 우리에게 온 꼬실이는 정말 영리한 아이입니다. 내 삶에 있었던 스무 마리 남짓한 개들 가운데 꼬실이처럼 영리한 아이는 처음이었답니다. 우아하고 꽤 귀족적인, 정말 드물게 의젓하고, 한편으로 조금은 소심한 아이지요. 처음 쉬야와 응가를 가리는 걸 배우고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날까지 어디서든, 생전 처음 가는 남의 집에서조차 화장실을 찾아갑니다. 아무 때나 짖는 일도 없고, 함부로 덤비는 일도 없고, 세 살 위인 누나를 지키는 일 아니면 으르렁거리는 적도 없었답니다. 먹는 것에 목숨 걸고 덤비지 않는 대신 특별히 까다로운 것도 없이 평생 적당하게 소식하면서(고기조차 몇 조각 먹으면 더는 안 먹었습니다.) 늘씬하고 건강하게 산 편입니다.

 

지난달에 갑자기 쓰러져 버둥거리면서 약 10분 정도 발작을 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진한 결과는 기력이 떨어진 것 외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데, 아마 그 병원에서 검사할 수 없는 뇌쪽에 무슨 일이 있게 아닌가 의사는 짐작하더군요.

일단 약을 지어와 먹여서인지(지금도 하루 두 번 꼬박꼬박 먹입니다) 더 이상 발작은 하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요. 대신 급격하게 기운이 떨어져서 거의 온종일 잠만 잡니다. 그래도 밤에 곧잘 누나더러 놀자고 툭툭 치고 비비고 하더니만 닷새 전부터는 그마저 하지 않고 도통 먹지를 않네요.

 

별 것 다 주어봤지만 다 도리도리. 우유는 약간 마시고, 요구르트도 약간 마시고, (다른 때와는 달리 많이 주지도 않았는데 남기더군요.) 오리고기 볶아줘도 뒷걸음질, 집에서 말린 육포를 어제 밤에는 세 조각 먹더니 오늘은 그마저도 안 먹습니다. 우리가 갈비탕 먹으면서 고기를 찢어준 걸 아주 조금 먹고 말았습니다. 물은 잘 마시고, 쉬야도 꼬박꼬박 화장실에 가겠다고 보채서 갑니다. 밤에 자다가도 쉬야하겠다고 우리를 깨워요. 스스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일까요.

이렇게 병력을 열거하는 것은,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내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고통은 없었는지, 그렇다면 꼭 미안하다고 전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_계속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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