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39)_잠시 한시름 놓지만

7154 2011. 7. 8. 23:58

 

 

 

시력 잃은 꼬실이(39)_잠시 한시름 놓지만

 

 

 

한시름 놓았다.

생전 못 일어날 것 같더니, 남은 생애를 몸 동그랗게 말고 고개 한쪽으로 삐뚜름하게 살고 갈 줄 알았더니 아들내미 일어났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약간 갸웃하게 기울어진 고개는 귀여움으로 봐줄 만하고, 죽어라 뱅뱅 돌지 않고 어쨌든 제가 가고자 하는 대로 화장실이든 물그릇이든 찾아 나선다. 가끔 휘청거리긴 하지만 죽어라 네 다리가 꼬여서 한걸음도 가능하지 않았던 데 비하면 새로 태어났다고 감격할 판이다.

 

얼굴도 아픈 인상이 가시고 애교부리다가, 신경질 내다가 하며 할 짓 다 한다. 다만 절대 혼자 침대에서 뛰어내리게 두지 않을 뿐.

혹시 펄쩍 뛰다 구르거나 부러지면 어떡해.’

일곱 해 단골 수의사님 참 용하다. 이렇게 고쳐놨으니 고맙고 또 고맙고. 나이가 있는데 지금보다 더 나아질 리 없고 그런 욕심내선 벌 받는다. 호들갑 떨 줄 모르는 성격 탓에 그냥 무뚝뚝하게 고맙수.’ 한 마디였지만, 실은 속으로는 업어주고 싶었다.

 

막둥이 녀석이 발작을 일으킨 지 딱 보름 지났다. 비록 전보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탈탈 털다 훌렁 넘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발작 전으로 돌아왔다. 목을 빼딱하게 기울이는 것까지도 없어졌다. 혹시 입이 방정이 될까 봐 섣불리 나아졌다고 떠들지 못했지만, 인제 그리해도 될 것 같다. 덕분에 나도 딸내미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잠도 좀 잘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오밤중에 두어 번 쉬야하겠다고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기는 한다. 다리 힘이 많이 빠져서 더 이상 혼자 침대에서 껑충 뛰어내려 화장실을 찾아가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비백산해서 덜덜 떨며 깨어나는 일도 없고, 그보다는 우선 마음 졸이며 녀석의 머리맡을 지키느라고 애당초 잠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말이다.

열여덟 살 노견의 생애가 여기서 끝나는가 오만 상상으로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은 기분을 누르며 순리로 받아들이자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었는데, 다시 태연하게 녀석을 야단치기도 할 수 있어 참 좋다. 물론 야단맞을 짓을 하는 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아달라고 덤벼들어 다리를 할퀴면 꽤액 소리를 지를 수는 있다는 뜻이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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