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26)
산새들의 물오른 교성이 동네를 휘돌아다닐 즘, 세 살 난 성희는 ‘백일기침’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날 내가 왜 집에 있었는지는 상막한 과거이다. 아마, 아픈 동생을 핑계로 조퇴를 하였지 싶은데 나보다 두 살 아래인 여동생과 성희를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성희의 몸이 변스러웠다. 술 마신 아이의 얼굴처럼 붉은 열이 활활 번지면서 붓으로 그린 듯 동그랗던 눈에는 흰 동자가 크게 보이곤 해 더럭 겁이 났다. 성희를 들쳐 없고 여동생을 걸려서 어머니가 모내기를 하던 이웃 마을 고개를 넘어갔다. 가는 동안 성희는 축 늘어지기 시작해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가 하면, 몸이 점점 쳐져 대롱거리는 성희의 두 다리가 허벅지에서 거치적거렸다. 성희는 그렇게 내 등에 업힌 채 거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자, 저’하는 들판의 못 줄 떼는 소리를 배고프게 듣고 있었다.
개똥벌레가 어둠을 긋고 다니는 여름밤이면, 이웃집 녀석들과 주로 집 앞 뚝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마다, 여기 좀 보라며 귀를 잡아당기는 것도 아니거늘 나는 애써 고개에 힘을 주어 집 뒷산을 외면했다. 거기에는 항아리에 든 성희가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비라도 내리는 밤이면 성희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내 의식 속에는 당시?클레멘타인? 곡을 붙여 즐겨 부르던 구전동요가 늘 맴돌았다.
엄마 엄마 나 죽으면, 앞산에다 묻어 주/음지 밭에 묻지 말고, 양지 밭에 묻어 주/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쓸어 주/내 친구들 찾아오면, 죽었단 말 하지마.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3798245?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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