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겟세마니의 목요 기도

7154 2011. 4. 22. 10:55

 

 

 

 

겟세마니의 목요 기도

이승훈

 

 

당신의 기도 가운데

가장 절박한 기도가 겟세마니에서 있었지요.

외로움의 첫째는 죽음을 앞둔 외로움이라

그것은 기도 위의 기도였습니다.

함께 있어 달라는 간청을 외면한 채

모두 꽃잠이 든 형제들 곁에서

홀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신 당신

아버지여,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하소서.

하오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당신께서 원하는 대로 하소서.”

죽음이 목까지 차오른 시간

거기에는 사람의 외로움과 두려움도 있었으니

당신이 흘리신 식은땀, 붉은 꽃잎이 되었습니다.

겟세마니의 고뇌가 있으신 주님

당신의 그것이 저기에도 있습니다.

타락줄처럼 질긴 고뇌로

날마다 식은땀 흘리는 삶 가운데

죽음이 날름거리는 두려움이 있사오며

고해(苦海)로 버려진 외로움이 있사오니

주여, 저기에서 그 잔을 거두시고

작은 일에도 우둔우둔하는 저 구석을 굽어보소서.

애고로이 떨어진 그곳에서

잠 한숨 이루지 못한 채 피땀 흘리시다가

올리브 잎사귀 사이로 달빛이 지새고

어슴새벽 동살이 서러웠을 주님

사위어 가는 어둠을 질긋질긋 부여잡는 저기에서

당신을 차마 소리 없이 부릅니다.

차갑고 고독한 올리브 숲 속 당신을 두고서

다시 찾아온 겟세마니의 목요일 밤

저 홀로 어찌 두려움 없는 몸을 뉘리까.

오늘밤을 허기져 지새우며

당신이 흘리신 꽃잎, 가슴을 움켜쥐며 줍습니다.

숲을 헤치는 바람으로 가슴을 쓸다가

동산 아래서 들려오는 닭잦추는 소리나

희부연 새벽동자의 연기가

작히나 몸서리치게 하였을까요.

온갖 신음 있으신 당신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함께 있어 달라는

애고로이 떨어진 저기 신음도 들으소서.

 

 

 

****예쁜 우리말, 너무 멋집니다.^^

다만, 애고로이는 우리말이라 할 수 없습니다.

 

*꽃잠: 깊은 잠

*타락줄: 사람의 머리털을 꼬아 만든 줄. 매우 질겨서 오래 견딘다.

*우둔우둔하다: 가슴이 세차게 자꾸 뛰다.

*애고(哀苦)로이: 슬프고 괴로워할 만하게.

*동살: 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

*닭잦추다: 새벽에 닭이 홰를 치며 울다.

*새벽동자: 날이 샐 무렵에 밥을 지음. 또는 그런 일.

*작히나: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