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2)_마지막 추억 찾아 나서기(1)

7154 2011. 7. 26. 12:29

 

 

 

 

 

 

 

꼬실이(52)_마지막 추억 찾아 나서기(1)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아침에 누나 팔에서 내려오겠다고 버둥대서 내려놨더니 다리를 가누지 못해 쓰러지면서 똥을 누었다. 지독한 녀석. 그냥 안긴 채 싼다고 아무도 뭐라지 않을 것을, 타고난 깔끔쟁이 결벽증. 그나저나 아무 것도 삼키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똥을 눌 수 있는지, 혹시 그게 배내똥이라 하는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정말 오래 머물지 못하겠다.

 

왠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밤부터 먹은 마음이 있어 드라이브나 하자고 딸을 꼬드겼다. 막둥이가 요즘은 차를 타면 좋아하는 기색인 걸 아는 딸도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딸은 내가 갑자기 생각해낸 거라고 알았겠지만 사실은 간밤부터 작정을 한 거였다.

 

제일 처음 간 곳이 전에 우리가 살던 집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사니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서 그 앞에 차를 세워놓고 막둥이를 곧추 세워 안아 바깥을 보여주었다. 보일 턱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볼 것 같았다.

 

생각나니. 여기가 우리가 처음 만나 살던 집이야. 여기서 너랑 아홉 해를 살았나 했지. 아래층에서 살다가 집주인이 윗층을 새로 얹고서 우리는 그리로 이사를 했잖아. 이사하고 처음 나갔다 돌아왔을 때, 차에서 내린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래층 현관으로 뛰어가던 걸 잡아오고는 참 슬프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던 게 지금도 똑똑히 기억이 나. 우리 집 하나 갖고 있지 못해서 네가 기억하는 네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 그 후로도 얼마 동안 너는 외출에서 돌아와 차에서 내리면 잠시 나를 쳐다봤었지. ‘어디로 가요.’ 하고 묻는 듯이. 정말 미안했었어. 너 때문에라도 얼른 진짜 우리 집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 때가 참 좋았던 걸 지금 알겠다. 너희는 정말 어렸고 건강했고 나도 아주 젊고 예쁜 엄마였지. 마냥 암울하지만은 않은, 언젠가는 모든 게 좋아지리라고 믿는 젊디 젊은 낙천성과 용기도 갖고 있던. 그런 것들이 집보다 훨씬 중요했던 건데.”

 

그렇게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옆에서 딸도 그 집 마당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제 딴에도 기억 몇 개 퍼올리려고 궁리 중인 것 같았다. 가끔은 내게 맞장구를 치기도 해서 나는 신이 났다. 내 눈에, 그 마당에서 종종종 뛰어다니던 어린 이 아이들이 보였다. 발끝까지 찰랑거리는 털을 바람에 날리며 녀석은 도망치기 바빴고, 네 살짜리 어린 딸애는 아우를 부르며 쫓아다녔다. 아무래도 따라갈 수 없으면 입을 삐죽거리면서 꼬실이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일렀다. 막둥이 편에서는 죽어라 무릎에 앉혀만 놓는 누나가 달가울 리 없었다. 한 살도 안 된 어린 강아지야 당연히 천방지축 뛰는 게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막둥이는 착했고, 결국은 누나한테 잡혀서 얌전하게 인형 유모차에 앉혀져 돌돌돌 끌려다녔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나.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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