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3)_마지막 추억 찾아 나서기(끝)

7154 2011. 7. 27. 15:37

 

 

 

꼬실이(53)_마지막 추억 찾아 나서기(끝)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천천히 차를 달리면서 계속 얘기를 했다. 여기는 늘 산책 다니던 길, 여기는 누구 아저씨네 가던 길, 누나 학교 가던 길. 얘깃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잠자리를 따라 뛰는 누나 뒤를 날렵하게 뛰어다녔고, 천둥 치면 무서워서 뛰어들던 콩밭도 있었고, 내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려 나동그라진 데도 바로 거기, 새벽에 똥 누러 나갔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사람 발에 차여 기절한 애를 싣고 동물병원에 달려가 문 두들기던 일이며, 10년 세월을 어찌 잠시만에 돌이키랴.

 

일요일이라 동물병원은 닫혀 있었고, 수의사네 집앞에 가서 전화를 했다. 막둥이가 인사하러 들렀다고 불러냈다. 그이는 나와서 맥없이 누나한테 안겨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일곱 해였나, 우리와 그이의 인연이. 이제 더 이상 그이는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그 동안 아픈 주사 맞느라고 고생 많았다.”

수의사와 헤어져 돌아오면서 딸이 종알거렸다.

수의사라는 직업이 참 안 됐어요. 동물을 좋아하니까 수의사가 되었을 텐데, 그래서 아픈 아이들 찾아가면 낫게 해주느라고 주사도 놓고 수술도 하는 건데, 애들은 무서워하고 미워하잖아요. 꼬실이만 해도 병원에 들어서려면 뒤로 빼면서 안 들어가려고 했고, 선생님이 안으려면 이를 드러내고 피하려 했잖아요. 제가 탈이 나서 고쳐주려는 건데도 모르고 말예요. 그러니 선생님 입장에서 좀 서운했겠어요? 그리고 결국은 이렇게 이별을 하게 되면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지요.”

 

막둥이 어릴 때부터 몹시 귀여워했던 지인을 만나려고 어느 가게에 들러 전화기 빌려 전화를 했는데 그만 실수로 잘못된 번호를 누르고 말았다. 다시 고쳐 전화를 하려니 어째 자꾸 잘못 가는 것이 아무래도 내가 번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가 보았다. 연락하지 못한 지 반년도 더 되어 헷갈린 모양이었다. ‘집에 가 번호를 확인하고 내일쯤에나 만나지 뭐.’ 이러고 그만두었다. 두어 사람 더 만날까 하다가 꼭 그럴 필요 있겠나 싶어 차를 돌렸다.

 

생각 같아서는 가평 골짜기에도 가고 싶었다. 우리 막둥이가 겁 없이 텀벙 뛰어들어 멋지게 물살 가르며 헤엄치던 그 시내를 찾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주말이어서 길이 복잡할 것이고, 사실 막둥이 체력으로 너무 오래 차에 시달리기 마땅치 않겠다. 말 꺼냈다가는 딸이 안타까워 할 것 같아서 아예 입 꾹 다물고 집으로 달려왔다.

 

피곤했나 보다. 차안에서 마치 바깥이 보이는 것처럼, 내 설명이 들리는 것처럼 눈을 또롱또롱 뜨고 있던 녀석이 집에 오자 늘어졌다. ‘그래, 푹 자거라.’ 그런데 저 애는 진짜로 잘까. 자는 것처럼 굴면서 꼭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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