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4)_끝내 떠나는구나(1)

7154 2011. 7. 28. 13:11

 

 

 

꼬실이(54)_끝내 떠나는구나(1)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더워서 막둥이를 따로 의자에 눕혀놓고 나는 옆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었다. 도중에 몇 번 일어나려고 용을 쓰기에 일으켜 잠시 안았다가 더워서 다시 눕혀놓고 토닥토닥, 그러면 착한 녀석은 또 자는 척했다. 하지만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또 일어나겠다고 하기를 여러 차례.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이 미치자 마냥 혼자 눕혀놓는 일은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둥이를 안고서, 머리와 닿는 팔에 땀이 배겠다 미리 판단하여 얇은 극세사 수건 한 장 살짝 사이에 밀어 넣고는 앉은 채로 책을 잃었다. 왼팔에 막둥이 안고 오른쪽에 의자 놓고 그 엉덩판에 책을 올려두고 허리를 세운 자세로 읽었다. 몇 장만 더 읽으면 책 한 권 끝낼 판이었다. 막둥이는 편안했는지 아기처럼 안겨서 숨도 고르게 잘 잤다.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책꽂이 제자리에 꽂아놓기 위해 녀석을 다시 의자 위에 살포시 뉘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움쩍도 안 하고 잘 자고 있었다. 책 꽂아놓고, 딸이 컴퓨터에서 음악 분류하는 것을 등 뒤에서 잠시 넘겨다보고, 더워서 입맛도 없지만 어쨌든 무언가 조금 먹으려고 부엌에 가서 꼼지락거리다 상을 차려 돌아왔더니 그 사이 막둥이 자세가 바뀌었다.

얘가 또 버둥댔나 보군.’

딸을 불러내 대충 몇 숟가락 뜨고 설거지를 하고 돌아와 막둥이가 누워 있는 의자 옆 바닥에 앉아 TV를 보았다. 이내 딸이 나오더니 막둥이를 번쩍 안고는, ‘누나 눕고 싶으니까 의자 양보해.’ 하며 옆으로 드러누웠다. 의자가 짧아서 머리는 벽에 기대고 다리는 의자 아래 늘어뜨리고, 그렇게 묘한 자세로 누워 동생을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평소에 누나 가슴이나 배 위에 눕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내가 보는 TV를 저도 보다 말다 하며 딸은 가슴 위의 동생을 살살 쓰다듬으며 졸았다.

 

어머니. 얘가 좀 숨 가빠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딸이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배가 다소 높낮게 오르락내리락 했다.

요즘 가끔 그러더라.”

무심하게 대답을 했다. 딸도 더 이상 별말 없이 다시 졸기 시작했다. TV는 한창 나를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 너 왜 그래?”

다시 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녀석이 목을 길게 쭉 뽑아 머리를 뒤로 제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역시 흔한 일이었다. 전부터 그런 자세로 기지개를 켜다 그대로 잠으로 떨어지곤 해서 또 그러는 거겠거니 했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가뜩이나 긴 목이 더 길어 보여 우리는 늘 기린이라고 놀리곤 했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