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6)_끝내 떠나다(3)

7154 2011. 7. 29. 12:25

 

 

 

꼬실이(56)_끝내 떠나다(3)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시계를 봤다. 945분이 지나고 있었다. 전화기를 들어 동호회 아우한테 전화를 걸었다. 옆에서는 딸이 통곡을 하고, 나도 목이 메어 차마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전화기 저편에서 바짝 긴장해 있는 아우가 손에 잡힐 듯했다. 간신히 입이 터졌다.

조금 아까 갔어.”

알았어요.”

그리고 끊었다. 딸이 나를 툭툭 치며 동생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살짝 까만 똥이 묻어 있었다. 아무리 특별한 병 없이 노환이라고는 해도 한 세상 살고 떠나는 마당에 왜 힘들지 않고 괴롭지 않겠는가. 딴에는 용을 쓰느라고 하다 똥이 삐져 나온 모양이었다.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 외에는 아무 데도 손을 댈 데가 없었다.

 

막둥이한테 제일 잘 어울리던 노란 탱크탑을 찾아 입히고, 물수건으로 찬찬히 얼굴을 닦아주었다. 눈가며 입가며, 조금이라도 추레해 보이는 게 싫어서 평소에 눈물 약간만 비쳐도 닦고 침 약간만 흘려도 닦고 또 닦고, 그렇게 우리 모녀가 닦아댄 녀석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맑아서 더 이상 닦을 데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번갈아 닦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져나온 것 없나 살피면서 연방 여며주었다. 그런데 녀석이 눈을 뜨고 있는 거다. 개들이 본래 그러는지는 몰라도 내가 본 개들은 죄다 눈을 뜬 채 목숨을 거뒀었다. 아무리 감겨 주려고 해도 감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입힌 옷과 똑같은 노란 색 작은 수건을 찾아내서 접어 가려주었다. 자세도 예쁘게 잡아주었다. 꼭 자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안달을 했다.

어떡해. 벌써 몸이 식어요. 우리 꼬실이 추우면 어떡해.”

선풍기도 껐다. 깔고 있는 수건을 여며주면서, 몸 여기저기 자꾸 짚어 조금이라도 체온을 나누어 주고자 애쓰면서 팔다리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었다. 하지만 생명 꺼진 자그마한 몸은 얼마나 허망한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식어갔다.

잠시 후 아우가 달려왔다. 새벽 두 시까지 열어두곤 하는 가게 문을 일찍 닫은 모양이었다.

고마워. 애먹이지 않고 이렇게 잘 가 주어 고마워.”

아우는 대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이 역시 펑펑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넷이 좁은 방에 낑겨 앉아서 한 놈은 침묵, 나머지 세 여자가 대성통곡을 했다. 아우는 계속 고맙다 하면서 막둥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딸은 동생 이름만 불렀다. 나는 몰라, 그냥 엉엉 울었다.

 

녀석은 약 열흘 정도 시간을 줬다. 우리는 서로서로 각오하자면서 태연하게 죽음 후의 일을 의논하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도 정작 닥치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울던 나는 속이 메슥거리는 걸 느끼며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우웩 구역질이 났다. 저녁이라고 콩알만큼 먹은 게 나올 리도 없어서 말간 물만 계속 토해냈다. 놀란 딸이 달려와 등을 두드려 주었지만, 좀 추스르고 나서다가 다시 뛰어 들어가 헛구역질을 했다. 나중에는 노란 물이 나왔다. 그리고 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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