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5)_끝내 떠나다(2)

7154 2011. 7. 29. 01:14

 

 

 

 

꼬실이(55)_끝내 떠나다(2)

 

(너도 내게 온 귀한 생명이었다. 무딘 그대에게 호소하고 싶은, 그대로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간과 반려견의 이상적 교감 이야기.)

 

다시 TV로 눈을 돌리고 이야기에 빠져 들어 있는데 딸이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워낙 좁은 공간인지라 우리 가운데 누군가 움직이면 반드시 어딘가 닿게 마련이다. TV도 너무 코앞에서 보는 꼴이어서 자주 눈이 어룽거리고 피로해진다. 딸이 의자에서 내려와 내 옆에 앉는 모양이었다. 그러려니, TV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아무 움직임도 없는 딸이 이상스럽게 여겨졌다. 돌아보았더니, 막둥이를 의자에 눕혀놓고 아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있는데 옆 표정이 이상했다.

 

, 우니?”

아무 소리 없이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던 애가 흑 숨을 들이키면서,

꼬실이가 숨을 안 쉬어요.”

가슴이 쿵, 무언가 강하게 치고 지나갔다. 얼른 몸을 돌려 막둥이를 안았다.

아가. 꼬실아! 꼬실아!”

순간 녀석이 입을 살짝 벌렸다 다물고 잠시 있다 다시 벌렸다 다물고. 언뜻, “괜히 놀랐잖아.”하며 나 편한 대로 생각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바짝 긴장해서 지켜보았다. 마치 내 편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막둥이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들고 있던 애를 의자에 내려놓았다. 딸이 제 동생을 흔들었다. 배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곤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엄니. 진짜 숨을 안 쉬어요. 인제 숨을 안 쉬어요. 얘가 왜 이래요? 왜 숨을 안 쉬어요? ? 엄니, 얘가 왜 이래요?”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얼른 배에 손을 갖다놨는데 정말 움직임이 없었다. 가슴께로 올라가니 그렇게 기운차게 콩닥콩닥 뛰던 심장도 침묵이었다. 그제야 눈물이 솟구쳤다. TV가 시끄럽게 주절대서 울면서 화를 내며 꺼버렸다. 딸은 제 얼굴을 동생 얼굴에 대고 비비며 가슴이 다 녹아 버릴 듯이 울어댔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딸을 위로하고자 어깨에 팔 하나 두르는 것도 잊어버린 채 고래고래 막둥이 이름만 불렀다.

녀석, 엄니가 부르는데 어째 대답이 없다니. 귀도 쫑긋 않는다니.’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