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58)_누나, 꼬실이를 보내며

7154 2011. 7. 31. 15:53

 

 

 

 

 

 

꼬실이(58)_누나, 꼬실이를 보내며

 

 

어제 내가 컴퓨터를 끄고 방에서 나갔을 때 꼬실이는 계속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부정맥이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눕고 나서부터 그게 사라져 신기해하고 있던 참에 저녁부터 느닷없이 숨도 가쁘게 몰아쉬고 잠시나마 발작도 일으켰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꼬실이를 쓰다듬다가 결국은 내가 소파에 누워서 꼬실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해주며 졸고 있었다.

 

꼬실이가 지난번 간질 발작을 일으킨 다음부터 낮에도 나한테만 안겨있으려 하고, 밤에 잘 때에도 나랑 자겠다고 우기고, 그러다보니 새벽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깨우는 것도 나였다. 잠탱이인 내가 지난달부터 거의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코피도 몇 번 났고, 피곤한 게 사실이었다. 소파에 누워서, 꼬실이까지 배 위에 올려놓고 있으니 따끈따끈해서 잠이 왔다.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았는데 계속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뒤로 쭉 뽑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왜 그래 꼬실아.’ 하는데 꼬실이 옆구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니까, 숨을 쉬지 않았다.

 

내 손이, 내 눈이, 내 느낌이 잘못된 거겠지,’ 하고 계속 쓰다듬는데 여전히 배가 움직이질 않았다. 고개도 그때 잠시 들었던 것 뿐, 다시 늘어져서는 몸만 꿈틀꿈틀 움직였다. 그제야 상황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벌떡 일어나 꼬실이를 소파에 내려놓고 살펴보는데 더 이상 꿈틀대지 않았다. 배도 움직이지 않았고. 눈도 채 감지 못하고 그대로 갔다, 내 동생은.

 

꼬실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어머니랑 늘 얘기했고 생각했다. 이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은, 생각은 늘 했지만 그래도 꼬실이는 우리랑 영원히 있는 게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간 거다.

내가,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슬프게 울었는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는 걸.’

언제더라, 꼬실이 생일날 알라님이 케이크에 양초를 45개 꽂으시면서 꼬실이는 이만큼 살 거라 하셨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일이었다. 글로 쓰려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55일이 꼬실이 마지막 생일이 될지는 몰랐다. 그런데 난 그날따라 디카를 챙기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겨우 케이크 앞에서 꼬실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집에 오자마자 핸드폰을 세탁기에 돌려서 사진이 모두 날아갔다. 평상시 걸핏하면 꼬실이 사진 찍는 게 취미였는데 이번 55일에는 어째 남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 걸까.

 

눈이 멀고 냄새를 못 맡으면서부터 꼬실이는 그 좋아하는 차에만 타면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것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나랑 어머니한테 번갈아가며 잔소리를 듣고 많이 맞았다. 너무 답답해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한테 물어보자 해놓고도 바빠서, 귀찮아서 매일 미뤄왔는데. 꼬실이가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고나서야 바로 며칠 전에 연락을 했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이제는 차에서도 울지 않았고, 그리고 이런 심각한 상황에 뭘 물어보겠나. 그냥, ‘우리는 꼬실이를 아주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며, 너로 인해 우리 가족은 그동안의 힘든 일을 다 이겨낼 수 있었다, 고맙다.’ 이러한 말들만 전해 달라 했다.

그리고 3일쯤 뒤 커뮤니케이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분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부터 부쩍 일이 많아져 대부분 출장을 가야 했기에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꼬실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짬짬이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가 너무 힘들어 하고 지쳐 있어서 도무지 대화가 되질 않았다는 거다.

겨우겨우 연결이 되어서 우리가 전해 달라는 말을 해줬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참을 대답이 없이 있더니 겨우 보낸 두 가지 영상이, 딸기 요거트가 먹고 싶다는 것과 자기 얼굴에 따뜻한 입김을 많이 불어달라는 것이었단다. 그 얘기 듣자마자 난 밤 9시에 딸기 요거트 사러 빗길에 뛰어나갔다 왔었는데 끝내 꼬실이는 먹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게 따뜻한 입김밖에 없어서 수시로 껴안고 호호 불어줬는데, 이렇게 빨리 가다니.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이 책은 상업적으로 기획된 책이 아니라 반려견 꼬실이18년 함께 살아온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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