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숩은 예쁜 낱말

橫斷步道

7154 2012. 3. 2. 09:49

 

 

 

 

橫斷步道

 

 

횡단보도(橫斷步道), 이름 바꿉시다.

                                                                                                                    수필가 이승훈

 

 

 

다섯 살 하진이는 힘이 넘쳐 함께 걷노라면 정신없이 뛰어 다닌다.

잠시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저 혼자 득달같이 뛰어나갔다가 다시 뛰어서 돌아오곤 한다. 아이가 정신없이 보도를 뛰어다닐 때마다 어디에서 차라도 튀어나올까 싶어, 천천히 가라거나 차 조심해야 한다는 둥 큰소리를 지르게 마련이다.

 

삼일절인 오늘 사무실에 놀러온 하진이를 데리고 6차선 횡단보도를 건널 일이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녀석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녀석의 손을 잡고 있어도 횡단보도 앞에서는 손아귀에 더 힘을 주는 것이다. 손을 빼내려 애쓰는 녀석에게 여긴 횡단보도 앞이야.” 해놓고 보니 문득 이 녀석이 횡단보도(橫斷步道)라는 말을 알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횡단보도(橫斷步道)’를 설명해 주려니 너무나 막막하였다. 다섯 살 하진이는 말을 통해 모든 의사표시를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사전에서처럼 사람이 가로로 건너다닐 수 있도록 안전표지나 도로 표지를 설치하여 차도 위에 마련한 길.’이라고 설명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니 인도, ‘보도’, ‘무단 횡단’(무단 횡단은 한 낱말이 아니다.)하는 말도 순 한문이어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지켜주는 곳의 이름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뜻조차 설명해 주기 어려운 낱말이다. 아이들은 횡단보도에서도 자주 사고를 당한다.

 

그래서 나는 횡단보도라는 말보다 파란불길이라는 이름이 더 좋지 싶다. 파란 불이 켜져야 건너는 길이라는 뜻이다. 물론 녹색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청색과 녹색의 경계가 모호하다. 녹음 짙은 숲을 우리는 푸른 숲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파란불길이라고 하면 아이들에게는 이름에서부터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도, ‘보도니 하는 말도 발길또는 발걸음길등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교차로신호등길.

 

하진아! 파란불길에서는 파란불이 켜져야 건너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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