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리고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7154 2012. 4. 30. 09:47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수필가 이승훈

 

 

 

 

여기저기 소란해도

풋낯처럼 살아선지 꽃조차 낯설었다

문득 아침 산책을 나서 보니

벚나무 푸른 이파리 사이로

당신 다녀갔다는 쪽지만 펄럭이며

지지리 서운타 한다

한 번이라도 내다볼 것을

언제 봄이었나 싶게 져버린

이 짧은 생이 허무하기만 한데

벌써 여름 같은 무더위라니

하지만

눈물도 없이 보내버린 꽃비의 허망함도

봄을 건너뛴 철없는 무더위도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날마다 축제 전야처럼 맞이해야지

곧 폭염이 쏟아져도

지난겨울 불러와 겸손해야지

당신 앞에서 봄이 올까 낙담한 겨울이었으니

한없이 겸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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