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을 생각하며
수필가 이승훈
여기저기 소란해도
풋낯처럼 살아선지 꽃조차 낯설었다
문득 아침 산책을 나서 보니
벚나무 푸른 이파리 사이로
당신 다녀갔다는 쪽지만 펄럭이며
지지리 서운타 한다
한 번이라도 내다볼 것을
언제 봄이었나 싶게 져버린
이 짧은 생이 허무하기만 한데
벌써 여름 같은 무더위라니
하지만
눈물도 없이 보내버린 꽃비의 허망함도
봄을 건너뛴 철없는 무더위도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날마다 축제 전야처럼 맞이해야지
곧 폭염이 쏟아져도
지난겨울 불러와 겸손해야지
당신 앞에서 봄이 올까 낙담한 겨울이었으니
또
한없이 겸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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