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리고

그런 날 있습니다

7154 2012. 5. 9. 23:17

그런 날 있습니다

    수필가 이승훈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3년 동안 끊었던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날

피 말리며 끊었던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날

손 떨리며 술잔을 들고

몇 번이나 손 떨리며 라이터를 켜는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마구 퍼붓고 싶은 날

하느님께 한없이 서운한 날

그러나 조용히 돌아서서 기도하고 싶은 날

내 속내는 전혀 헤아리지 못한 채

사랑 타령이나 하는 아내가 참 철없다 싶은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이웃들이 전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사는 것이 몹시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

어떤 위로의 말도 이명처럼 들려

울음 울기 좋은 어디 찾아 나서고 싶은 날

지난 가을 편지에 문득 답장하고 싶은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사글세가 밀려 건물 주인에게 각서를 썼으면서도

시 한 쪼가리 써놓고 위안을 받는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2011/08/18(같은 날)

 

  2012/5/08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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