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습니다
수필가 이승훈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3년 동안 끊었던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날
피 말리며 끊었던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날
손 떨리며 술잔을 들고
몇 번이나 손 떨리며 라이터를 켜는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마구 퍼붓고 싶은 날
하느님께 한없이 서운한 날
그러나 조용히 돌아서서 기도하고 싶은 날
내 속내는 전혀 헤아리지 못한 채
사랑 타령이나 하는 아내가 참 철없다 싶은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이웃들이 전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사는 것이 몹시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
어떤 위로의 말도 이명처럼 들려
울음 울기 좋은 어디 찾아 나서고 싶은 날
지난 가을 편지에 문득 답장하고 싶은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사글세가 밀려 건물 주인에게 각서를 썼으면서도
시 한 쪼가리 써놓고 위안을 받는
살다보면 그런 날 있습니다.
2011/08/18(같은 날)
2012/5/08 퇴고
'시와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꽃 앞에서 웃지마라 (0) | 2012.05.09 |
---|---|
목련이 질 때 (0) | 2012.05.09 |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0) | 2012.04.30 |
내 영혼의 기쁜 손님 (0) | 2012.03.28 |
환희의 마을-대중교통2 (0) | 2012.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