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리고

좋은 사람

7154 2012. 6. 24. 23:21

 

 

좋은 사람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하느님 이야기는 내 안에서 백합을 피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영성 깊은 어느 형제님과 대화를 나눌 때 이향이 한 번씩 코끝에서 폭폭 터지던 체험도 한 바 있다.

장명주 토마스 형, 그 형과 영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니 피정을 마친 기분이다. 영성 깊은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성화시키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는다. 내가 성화되면 그만큼 내 삶에서 신령한 기쁨과 신령한 평화와 신령한 환희를 만나는 일도 잦아질 것이다.

오늘 문득 토마스 형을 만나면서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영적 보물이 무엇인지, 영적 동반자들은 누가 있는지 성찰해 보니 어느덧 놓치고 싶지 않은 이로 자리매김한 몇 몇이 떠올랐다. 그 가운데 자칫 잃을 뻔한 영적 보물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몇 달 전부터 사소한 오해, 같잖은 세속의 심보로 귀하디귀한 사람과 소원해졌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언제나 절제 있는 해석을 통해 영적인 길라잡이가 되어 주던,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데 필요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던 그에게 참 미안하였다. 시류에 휩싸여 내 눈이 비문증을 앓았던 모양이다. 비문증을 앓은 게 어찌 육안뿐이었으랴.

주님! 당신을 오롯이 따르려 하는 아들입니다. 당신이 한시도 떠나지 않으셨던 아들입니다. 당신을 향하여 애타는 마음으로 간구하는 아들입니다. 당신이 허락하신 모든 고통도 다 겪어낸 아들입니다.

기특하고 장하지 않으십니까. 애틋하고 아련치 않으십니까. 당신께서 모든 것 세세히 이끄시고 돌보아 주소서. 굳센 정신으로 담대히 세상 속 걸어 나가게 힘을 주소서. 바늘귀같이 미세한 아픔도 주님 보듬어 싸매 주소서.

그 수려한 얼굴에 웃음이 번지도록 아들의 몸과 마음을 강건하게 지켜 주소서. 아들의 모든 일 다 주님 손 안에 쥐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나를 위해 이처럼 기도해 주던 이를 멀리하였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눈이 있다. 육체의 눈인 육안과 마음이 눈인 심안과 영의 눈인 영안이 그것이다. 세속의 재물을 갈구하는 마음보다 영적인 그것을 갈구하는 마음이 더 커야 보물을 제대로 알아볼 터인데, 나는 참 요원하다.

오늘밤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영적 동반자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한때 나에게 백합이었던 이. , 그 귀한 존재. 참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스스로 그를 멀리하게 한 세속의 눈과 마음을 거두어 황제에게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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