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엄니이야기16-20

7154 2013. 8. 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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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초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이 전화를 안 받으면, 전화 걸어 당신께 좀 가보라고 할 만한 마을 사람이 없어 서글펐습니다. 핸드폰 말고도 집 전화를 설치하였던 때도 그즈음이었죠.(엄니 16)

 

 

 

 

 

어머니, 지금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어찌 사흘이고 나흘이고 당신께 전화 한 통 없이 그리 뻔뻔스럽게 살았던지요. 불과 작년만 해도 제 전화가 없으면 당신께서 내게 무슨 일 있느냐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이고,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엄니17)

 

 

 

 

 

 

어머니, 이제야 고백합니다. 제가 아주 어릴 적 당신께서 아버지와 사랑 나누는 소릴 우연히 들었습니다. 삼십 대 후반 즈음의 당신이었을까요.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 여성스런 속삭임은, 당신 젊은 날이 전설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엄니18)

 

 

 

 

 

 

고향에서 올해만 벌써 일곱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며 당신이 말씀하셨어요. 들머리 당산에서 매번 까마귀가 울어대 마을 사람들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고요. 이제 마을에서 당신이 서열 2위라며 무심히 뱉는 말씀들이 제게는 너무 쓸쓸하였답니다.(엄니19)

 

 

 

 

 

 

어머니는 제 기억 어지간히 갖고 계신가요? 아닌 듯하면서도, 제게 당신 기억이 참 많이 남아 있음을 이 130자 편지를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 안에서 당신은 30代로, 60대로, 40대로 시시각각 변하면서도 늘 제 곁에 서계시네요.(엄니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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