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16 파선이 생길 때
부티 나고 풍요로운 세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삶 속의 감사를 인식하며 감사 일기를 적은지 오늘로 꼭 열다섯 번째입니다. 3월 13일부터였으니, 제 가슴에도 봄뜻이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나 봅니다. 신앙적으로는 사순시기고요.
그런데 어제부터 다소 파선(破船)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웃의 까칠한 말이 평온하였던 감정선을 자극하고, 4촌 형제에게 생긴 궂은일이 근심을 일으키고, 더 가까운 가족에게 고민이 생겨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작은 회사일지라도 부담 백배의 월말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가만 가만 켜 있던 감기등(감사와 기쁨의 등)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쾌청하던 내 영(靈)의 하늘이 찌뿌드드합니다. 당연히 일상의 컨디션도 안 좋아집니다. 이런 때일수록 감기(감사와 기쁨) 기운을 잘 지켜야 할 거 같습니다. 모든 일의 시원인 내 마음을 감사와 기쁨으로 유지할 때 모든 일도 잘 풀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은 것들을 자꾸 주물럭거리면 큰 파장이 될 것입니다. 무시로 솟구치는 근심들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계속 사로잡혀 있지 않도록 얼른얼른 비워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런 긴장조차 없으면 우리 삶이 몹시 밋밋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긴장조차 감사할 일입니다.
근심이 생기니 그동안 맛보았던 감사와 기쁨이 사라질까 불안해합니다. 이것은 감사와 기쁨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벌써 알았다는 뜻입니다. 보름동안이나마 그 달콤한 맛을 보았고, 그것이 내 삶의 기운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감사와 기쁨의 장애가 생길 때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묵상하게 됩니다. 이보다 더 큰 충돌이 생길 때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지만 휘우청휘우청 흔들리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올 탄력을 키워야지 싶습니다. 불구덩이 속에서도 건져내야 할 감사와 기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평화가 산산이 부서질 때도 저는 여전히 감사와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림없을 것입니다. 다만, 다시 감기등을 키려고 애는 쓸 것입니다. 그러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흔들릴지언정 바람 앞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잔불이 될 것입니다.
나의 감사와 기쁨은 아직 여리디 여립니다.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여 작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그래도 지금껏 가져보니 감사와 기쁨은 두려움과 조급함과 울뚝밸 같은 어둠을 없애는 영적 보물 같습니다. 그 영적 보물을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다시 감기 기운을 모으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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