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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적 19_사는 게 쓸쓸하고 외로워 질 때

7154 2015. 4. 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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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19_사는 게 쓸쓸하고 외로워 질 때

 

 

나이가 들어가면 한 번씩 육신의 큰 기울임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겨 덜컹 주저앉듯 충격이 오고, 그로 말미암아 기진할 때까지 기운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눈에 띄게 활기도 떨어지는 데다, 외모에도 늙은 모습이 덧칠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활기찬 운동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 지독한 감기는 처음입니다. 한 사흘 몸이 거의 자지러진 상태였습니다. 해일처럼 들이닥친 감기는, 한동안 쌓아놓은 좋은 기운을 조롱하듯 무너트렸습니다. 감사와 기쁨을 ‘감기’라고 표현하였더니, 진짜 감기와 몸살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오한이 났습니다. 화생방 훈련장을 빠져나온 사람처럼 콧물이 흘렀습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목과 가슴이 터질 듯합니다. 통풍을 앓는 듯이 온 살이 아플 뿐만 아니라 머리칼조차 아픕니다. 눕고 또 눕고 해도 계속 졸리기만 합니다. 설핏하게 잠든 의식 속에서는 칙칙한 기운들이 난무합니다. 할 일이 잔뜩 쌓인 월말인데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날 몸이 아팠을 때를 돌아봅니다.

몸이 아프면 우선 신경이 예민해져, 툭하면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내게 됩니다. 가족들에게 서운한 것, 그들이 나에게 자상하지 못한 것들만 보입니다. 자식놈들이라는 게 애비가 아프다는데 저들 일에만 빠져 있듯이 모두 인정머리 없고, 무심해만 보입니다. 그래서 우울해집니다. 몸이 아프니 사는 게 서럽고, 쓸쓸해집니다.

 

스스로 아픈 몸을 위로하며 다독입니다. 그리고 포근하게 보듬어 줍니다. ‘감기등’을 가만히 켜보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되돌아보지 못한, 아픈 내 몸에 대한 연민이 솟아납니다. 너무 앞서만 가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좀 쉬라며 주저앉힌 것 같습니다. 이토록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그분께 더 기대라는 뜻은 아닐까, 그분이 나를 향해 두 팔 벌리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몸살을 앓는 동안 ‘감기등’(감사와 기쁨의 등)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덜 예민해지고, 덜 짜증내고, 덜 우울해 하며 기꺼이 아픔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내내 ‘감기등’으로 비추었습니다. 비록 육신은 아플지라도 이 아픔을 통하여 내 영은 좀 더 강해질 것입니다. 감기 몸살에 육신은 내주었을지언정, 영(靈)조차 내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오한이 들고 살들이 아픕니다. 그럼에도 모든 생명이 새롭게 태어나는 4월이 있어 감사합니다. 감사와 기쁨의 묵상거리가 가득한 4월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일로 몸과 마음이 흔들릴 때, ‘믿는 구석’ 하나 있으니 참 좋습니다.

 

 

출처 : 해드림출판사_sdt.or.kr
글쓴이 : 이승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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