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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밤길을 걷는 이유는
어둠이 깊이 내린 밤 11시 즈음, 길을 나선다.
밤 아홉시 경 어둠을 나설 때와
자정 가까이 어둠을 나설 때의 무게감은 다르다.
‘자정’은 깊은 어둠속에 잠겨 있는 섬이다.
한낮이 지극히 세속적이라면 어둠은 비세속적이다.
어둠의 세계는 육안의 세계가 아닌 심안과 영안의 세계이다.
안양천이나 한강을 몽유병 환자처럼 밤새 걷는 까닭은
외로워서 걷는 것도 아니요
건강만을 위해서도 아니요
순전히 어둠의 밤이 좋아서 걸을 뿐이다.
나의 밤길은 기도의 시간이요, 묵상의 시간이요, 호흡의 시간이요, 평화의 시간이다.
몹시 힘들었던 몇 해 전, 나는 시시로 잠 못 이룬 채
들판의 밤길을 나서곤 하였다.
묵주기도를 하며 한두 시간씩 걸었던 것이다.
회사 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졌고, 나는 밤길 나서는 시간이 그만큼 잦았다.
또 그만큼 많은 기도를 하였다.
그런데, 떨리고 무섭던 그 어둠속이 점점 평화로워졌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나는 조금씩 담대해져 갔고
급기야 밤의 모든 것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걷는 내내 묵주기도를 한다.
점점 어둠 속 시간이 행복해졌다. 피폐하고 삭막해져 가던 감성이 치유가 되면서
영성도 충만해져 갔다.
[숨 쉴 줄 아십니까](민수식 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알려준 아랫배 호흡을 하며 걷는다.
기도 한 구절 한 구절의 리듬에 따라
들숨과 날숨을 하며 걷는다.
어둠 속을 걷는 시간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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