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전 진주 부시장 전영경 자서전 [쭉정이], 공직자로 퇴임하며 남긴---

7154 2018. 6. 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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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나 역시 한국실크연구원장 직위에 응모하면서 예정된 일자보다 다소 일찍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40여 년 공직생활은 청춘을 바친 일터이자, 성숙의 장()이었고 삶의 흔적이 송두리째 녹아있는 인생,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오랫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한순간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왔나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우수수 빠져나가듯 속절없는 세월만 흘러갔을 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급 지방이사관까지 승진했고 공직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부단체장 직위에도 올랐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성공을 위해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일선 읍면사무소와 시군청, 도청 등 각기 다른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집을 떠나 객지 생활도 오래 했다. 가정을 미처 돌볼 새가 없었고 자나 깨나 일에 파묻혀, 그저 일 밖에 모르고 살았다. 백 미터 전력 질주를 마라톤 코스 내내 달려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퇴임 후 막상 여유가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고 가족들과도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마치 심장에 알람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가하게 쉬는 두 손이 겸연쩍고 낯설었다. 쳇바퀴를 벗어난 다람쥐의 심정이 이러할까.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했다.


수일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가 문득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온 공직생활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면서 오래 묵은 수첩과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 속에 공직생활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손때 묻은 기록들 사이로 지난 기억들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것을 책으로 남기자! 그렇게 나의 인생을 엮은 한 권의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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