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휴대폰 안식일’ 혹은 ‘디지털 금식일’과 추천도서

7154 2019. 3. 24. 14:14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자책 혹은 스마트폰과 종이책의 분명한 차이



 

안경 낀 농부가 거의 없는 이유

 

자주 푸른 숲을 바라보면 눈이 맑아지고 간이 좋아진다. 그래서일까.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서 오래 산 어른들 가운데 안경 낀 분들은 거의 없다.

마을 뒤로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우리 고향 마을만 해도 안경 낀 어른은 없다. 올해 87세인 내 어머니도 자주 천수경 사경(寫經)을 하지만, 안경은 필요할 때 잠시, 잠시 사용할 뿐 맨눈으로 사경을 이어간다.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는 순간, 보이는 게 하늘이요, 푸른 숲이니 시력이 맑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읽는 글자는 빛을 통해 읽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색깔도 빛을 통해 본다.

책을 만들다 보면 PDF 파일이나 JPG 파일로 저자와 교정을 주고받는데, 화면으로 표지 색깔을 본 저자가 실제 잉크로 인쇄되어 나왔을 때, 왜 자신이 본 표지 색깔과 다르냐고 묻곤 한다. 빛으로 보는 색깔과 잉크로 인쇄된 색깔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모른다. 물론 인쇄 전 감리가 필요하지만 100% 화면과 같은 색을 맞출 수는 없다. 컴퓨터 화면으로 드러나는 색깔 가운데는 인쇄하기 불가능한 색상도 있다. 화면의 색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글자도 마찬가지다. 빛이 발사되는 화면은 일단 눈을 부시게 한다. 자신의 눈을 향해 빛이 직접 색이나 글자를 쏜다고 보면 된다. 빛과 시력이 충돌하다 보면 시신경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종이책에 인쇄된 글자는 빛을 통해 보는 게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영화 스크린이나 TV 화면으로 숲을 보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안식일 또는 디지털 금식일

 

이제는 3~40대가 되면 벌써 노안이 온다. 빛으로 반사되는 것들을 너무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TV 등 얼마나 많은 시간 화면을 들여다보는가.

화면으로 숲을 볼 때와 직접 눈으로 볼 때의 감동이 다르듯, 전자책과 종이책도 글자의 가독성(可讀性)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눈이 겪는 피로도 또한 다르다. 지나치게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유해한 빛이나 전파가 그만큼 시신경을 해친다. 백세 시대를 제대로 보내려면, 눈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에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전자책 활성화 사업을 꾸준하게 확대해 가는 추세이다. 환경적인 차원도 있지만 백세 시대의 국민 눈 건강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이른 나이의 노안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다만, 전자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성경이나 사전 등 부피가 커서 휴대하기 어려운 책은 전자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교계에서는 스마트폰 안식일 또는 디지털 금식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고, 전국민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물론 종교계의 이 운동은 스마트폰이나 기타 디지털 기기에 빠져 있는 대신, 사색과 성찰의 시간, 기도의 시간을 더 갖자는 뜻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 영혼은 스마트폰에 사로잡혀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절제하고 금식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할 때이다. 덧붙여 바라고 싶은 게 있다면,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라는 우리 국민이 디지털 기기 금식을 하며, 독서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싶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책들

 

‘소확행’은 1986년에 발행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쓰인 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이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등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책에도 자본의 힘이 작용한다. 아무래도 대형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은 그 나름의 무게감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대형출판사에서 나온 책만이 또는 지명도 있는 저자가 쓴 책만이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느 출판사에든, 어느 무명작가에게든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책이 있다. 음반에 수록된 가수의 노래 전부가 히트작이 아니듯, 전체 내용이 독자를 사로잡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페이지에서, 어느 행간에서 소소하지만 큰 감동을 주는 책이 있다.

모든 책의 신간 구간은 무의미하다. 어느 한 시기에만 맞춰 쓴 책이 아니라면, 책의 생명력은 시간 좀 흘렀다 하여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