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도
정정근
한 생애 살다보니
신께 하사받은 도화지가 지저분하다.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무엇을 그리고 싶었는지
그리다 만 것 지웠던 흔적이 아른아른 어지럽다.
신은 누구에게나 천분을 주셨을 터
내가 받은 것은 무엇일까.
없다하면 그분이 서운해하실 것 같고
이거다 하면 사람들이 웃을 것 같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구겨버리고 도화지를 다시 달랄 수도 없지만
이대로 그분 앞에 서기도 두렵다.
낡은 종이 뒤집어 새로 그려 볼까.
'이즘도'는
후회스러운 일들 바다에 던지고 싶을 때
내 영혼 호젓이 찾아가는
가상(假想)의 섬(島)이다.
***
당신의 섬은 어디인가요?
지친 영혼이 쉴 수 있는
당신만의 섬을 만들어
예쁜 이름을 짓고 섬 주인이 되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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