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서용선 수필집 '‘내가 나를 넘는 꿈’'

7154 2019. 11. 6. 19:48

내가 나를 넘는 꿈은 성찰, 그 과정을 통해 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품들

 

 











수필은 인간학이다

글을 쓰려면 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고, 삶다운 삶을 지향하려면 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 자체가 단답형으로 결론 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백지와 마주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으면 그 어떤 상투성을 피해가야 하므로, 다른 장르와도 융합된 글의 세계가 바람직하다. 현대인의 복잡한 의식을 충족시키려면, 갇혀있는 글은 시대와는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

생소해도, 획일적인 것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를 향해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이 없다.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승화시켜 정체되지 않은 글의 세계를 지향할 때 바람직한 글이 된다. 융통성이 없는 문학, 시대와 소통할 수 없는 문학은 기의 틀에 함몰되어 시대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글쓰기 작법에는 원칙이 없어 사람에 따라서는 그 소재를 응축하고 발효시켜 글의 세계를 구축하는 경우도 있고, 경험과 상상력으로 간결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그 어떤 경우든 대상에 대해 영혼의 렌즈를 활용해 언어와 감정을 조율하게 되면 좋은 글이 된다.

평범함 속에서 발견되는 진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저마다의 작법으로 글을 쓰면 개성적인 글이 된다. 영감에만 매달리지 말고, 간혹 나들이를 통해 시야를 확장할 때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소설가, 스티븐 킹도 아마추어는 앉아서 영감을 기다리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라고 했듯, 글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소재를 찾아 나설 때, 한 편의 글이라도 쓰게 된다.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며 현실로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서용선은 비교적 분주하게 대상과 부딪치며 글감을 찾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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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산책하며 여린 들꽃 속에서도 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베토벤, 그는 우주의 소리를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란 자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진 자라고.” 그런 사람만이 신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간이 만든 굴레의 신이 아닌 진리의 신, 그 음성만으로 오로지 음악 위에서 참을 말하고 싶었던 베토벤.

- 카핑 베토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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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필집내가 나를 넘는 꿈에서 카핑 베토벤은 실화를 바탕으로 베토벤의 말년의 일상을 다룬 영화이다. 베토벤의 당시 일상은 ‘9번 합창곡을 작곡하던 시기지만, 청각이 상실되던 시기라 작곡에 광적으로 매달린다.

영화에서 베토벤은 다소 고집스럽고 괴팍한 성격으로 나타나지만, ‘안나 홀츠의 열정으로 합창 교향곡을 완성해 초연의 지휘까지 성공적으로 연출되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영화가 아닌 실제 기록에도 그 곡을 공연할 때, 귓병이 심한 베토벤은 단상에서 퍼포먼스만 했을 뿐, 실은 음악감독의 지휘에 맞춰 연주했다고 훗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통해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 지휘자 역을 음악감독이 아닌, 한 젊은 여성인 카피스트가 했다는 픽션으로 각색된다. 카피스트 안나 홀츠는 교향곡9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넘어, 연인으로까지 발전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9번 교향곡은 악 상황에서 만들어진 곡이지만, 영화에서도 그 과정들이 절실하게 연출되어 혼의 소리로 나타난다. 베토벤음악은 세계인의 사랑하는 클래식으로 그 스케일을 그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베토벤을 주제로 한 영화는 불별의 연인댄싱 베토벤도 있지만, 카핑 베토벤은 작곡가의 말년의 작품 - 신체적으로 암흑기의 작품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단상에서 관객들이 그 곡을 감상하고 앙코르를 외쳤어도 베토벤은 자신이 작곡한 연주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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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은 그런 점에서 인간이 만든 굴레의 신이 아닌 진리의 신, 그 음성만으로도 음악 위에서 을 말하고 싶었던 베토벤을 소개한다. 그것은 화자가 예술가란 자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진 자임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베토벤도 ‘9번 교향곡을 통해 신을 뛰어넘고 있음을 자부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볼 때 카핑 베토벤은 운명의 한계를 딛고 일어선 베토벤을 시사해 주고 있어, 그 곡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화자를 감동하게 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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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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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글 자체로 생명력이 있어, 글을 쓰는 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비논리를 통해 논리에 다다르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등반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수필은 인간다움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 그 향기가 수필의 주제로 나타나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은 진리를 터득해 가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 성찰의 경지를 중요시 할 때 향기 있는 글이 된다.

서용선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서평 작 대부분이 아포리즘 수필로서 원고 매수가 짧지만, 소재들이 비교적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글마다 문학성도 없지 않아 감성적이다. 서용선은 베토벤을 소개하기도 하고, 인도 성지 순례를 통해서도 삶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하며 존재감을 점검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화자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첫사랑에 대해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많아, 세월이 지난 지금도 대상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달라지는 세상을 안타까워하며 가족해체가 되고 있는 이 시대를 염려하기도 한다.

도둑의 집을 통해서도 수모를 당하며 살아간 조상들이 안타깝다라고 하며, 국력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작품들이 천진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철학성이 숨어있는 주제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윤재천 교수 서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