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도자료★★

이진영 시집 '내 슬픔도 먼지였다'

7154 2019. 11. 6. 19:52

감당할 수 없는 좌절 속에서도 생의 끈을 더 튼튼히 부여잡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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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교시절 전신이 마비되는 질병을 겪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꽃다운 나이에 건강을 잃고도 그 깊은 상처와 아픔을 신앙의 힘으로 달래며 기어이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이진영이라는 작가가 불편한 움직임 속에서 영혼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만 글을 썼다면, 그의 글이 주는 메시지가 단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글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바라보는 듯 여유롭고 아름답다.

주제나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편 편의 작품 속에는 아픔이 녹아있다. 고통을 겪으면서 얻은 철학을 바탕으로 아픔을 아픔으로만 의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깊다. 도리어 은유적 상상력의 기막힌 착상으로 웃음과 해학, 풍자를 곁인 패러독스의 기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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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부서진 삶의 조각들이 먼지가 된다./털어내도 다시 내려앉는/내 슬픔도 먼지였다.

-‘내 슬픔도 먼지였다중에서-

우리 모두의 슬픔을 움직이게 하는 한 편의 시. 그 시로 인해 슬픔은 잠시의 비상으로 하늘을 날다, 다시 가슴으로 내려 하나의 의미로 뿌리를 내린다.

감당할 수 없는 좌절 속에서도 생의 끈을 더 튼튼히 부여잡는 모습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그려냈다.

오랫동안 수필을 쓴 작가가 운문으로 열정을 돌려 특유의 문장력과 통합력까지 돋보여 시분야에서 남다른 세계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잊혀져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올 것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의 글에는 힘찬 생명력이 엿보인다. 세상의 모든 나약한 대상들에게 가장 짧은 시의 언어를 통해서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마도 그의 글을 통해서 독자들은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운 용기를 선물 받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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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시인이 말하는 이진영은

시 속에 시로 남고 싶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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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시인은 첫 시집 [우주 정거장 별 다방]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 적에는 아버지가 시인이나 화가였으면 했다고. 아버지의 그림과 시 속에 영원한 아이로 남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번 시집 [내 슬픔도 먼지였다]에서 그 소원을 이룬 것 같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그 기쁨을 시간을 살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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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샀다

내 책이다

대출받은 책처럼 반납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페이지를 두 번 세 번 읽어도 된다

빨간 밑줄을 그어놓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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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처럼 시간을 살 수 있다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내 시간이 있다면

바람 숨이 어린 나무를 키우는 오월엔

두 번 세 번 살고 싶다

하얀 찔레 오글오글 피어나는 유월에

초록 연필로 밑줄을 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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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햇살 끌어올리는

11월의 우물에선

목청 돋우어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

 .

달력 속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는

12월엔

조용히 눈감고 뒷걸음친다

머물었던 자리마다

너의 웃음이 너의 눈물이

하얀 손을 흔든다

 .

시간을 살 수 있다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내 시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너의 마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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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살 수 있다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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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일은 내가 를 만나는 일이고 를 있게 하는 일이고, 내가 있었던 시간을 멈추게 하는 일이다. 내가 시 속에 있음을 확인 했을 때 믿음은 더 확고해지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시를 쓰면서 이런 고마움이 자라나게 함으로써 시를 읽는 사람도 함께 고마워하리라 믿는다.

이것이 시를 쓰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