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임병식/수필가
'수필은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써놓은 글'이라고 할 때, 흔히 오해하기를 '쉽게 쓰는 글, 혹은 쉽게 써지는 글'이라는 것과 '짧은 에피소드 혹은 가벼운 이야기'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자연스러움이란 것을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이를 획득하려면 수많은 단련과 연마를 거친 후라야 가능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고졸(古拙)의 경지에 이르려면 마음의 눈 또한 트여야 하는 것이다.
수필을 흔히 단순한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내용을 이야기로 본다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나, 그러나 그 이야기는 흔히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도로 정제되고 감정이입을 적절히 조절하여 그려놓은 어떤 모양인 것이다. 적어도 그것이 수필의 격식을 갖추었다면 그런 모양이어야 하고 그런 모양이다.
일찍이 영국의 작가 E.M 포스터( 1879-1970)는 이런 말을 했다. '왕이 죽고 다음에 왕비가 죽었다.'라는 건 그냥 이야기고, '왕이 죽자 왕비도 슬퍼서 죽었다.‘는 구성이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자는 그냥 설명이지만, 후자는 적어도 '그 어떤 것'을 말하는 정황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것은 수필 쓰기에 어떻게 응용되는가. 비록 이것이 소설 쓰기의 구성을 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써놓은 글은 단순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에 설명에 지나지 않지만, 구성과 묘사가 된 글은 그렇지 않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막연한 궁금증을 넘어서 '그 이유'와 '정황'까지를 그려 보여주고 감흥을 안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필을 쓸 때에는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막연히 설명으로 이끌지 말고 어떤 이미지나, 형상화가 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독자는 그 글을 읽고 '아하'하고 공감을 하게 되며 글의 묘미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점을 수필을 쓰는 사람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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