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별 및 별자리 운세★★

금연_잇몸이 녹아내린 세월 2)

7154 2010. 6. 6. 09:46

잇몸이 녹아내린 세월 2)


 

30여 년 담배를 피우는 동안 몸 어느 한 구석이 성한 데가 있으랴만 그 가운데 가장 망가진 곳이라면 폐와 잇몸이 아닌가 한다. 거의 바닥이 난 폐활량이야 이미 금연 시작하였을 때부터 바로 드러난 상태였다.

초기의 금단현상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원초적 욕구에서 들솟는 고통이라면, 그 욕구가 숨 죽어 갈 즈음에는 다리가 붓는다거나 날파리증이 생긴다거나 비염이 생긴다거나 하는 육신의 이상 징후로 금단현상의 2기 나타나는가 싶었다. 

풍치에서 온 치통이나 잇몸병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턴가 치통기가 가끔 찾아오더니 8녀 여 전 한 번은 봇물 터지듯 통증이 터졌다. 이후로 여전히 소나기술을 마시며 철록어미처럼 담배를 피워대는 사이 선천적으로 약한 잇몸은 조금씩 녹아내린 모양이었다.


금연하기 전이었다. 술을 마신 어느 날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인데 며칠 전부터 흔들리며 앓던 오른쪽 위 어금니가 무 뽑히듯 쑥 빠지는 것이다. 그 어금니 하나가 빠진 후로는 음식을 왼쪽으로만 돌려 씹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특히 변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 사전 전조(前兆)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태풍이나 지진이나 해일 등이 일어날 때도 그 전조가 있는데,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분별의 지혜가 부족해 이를 간파하지 못할 뿐이다. 이번 통증의 발기도 사실 내 기(氣)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리 고생을 안 하였다. 며칠 전부터 입 주변에서는 열꽃 같은 반점이 하나 생겨 자꾸 성을 내더니 또 다른 곳에서도 반점이 생겨 눈길이며 손길을 끌어당겼다. 이마에도 아주 작은 부스럼 같은 것이 돋아 상처가 되었다. 나중에는 왼쪽 귓바퀴에조차 콩알만 한 몽우리가 들어서서 따끔거리며 아팠다. 결국 이 열꽃들은 거대한 통증이 일어날 거라는 전조였다.


치통이 어제부터 다시 잉걸불처럼 타올랐다. 금연을 해오는 동안 치통을 앓는 횟수가 잦더니, 급기야는 온 사방이 태풍으로 뒤집혀 버리듯 드잡이가 벌어졌다. 아무리 약을 사다 먹어도, 조금 효과를 봤던 프로폴리스를 연방 적셔보아도 통증은 조금도 수그러들 기세가 없다. 어젯밤부터 식사도 네 끼를 굶었다. 씹는 것은 고사하고 잇몸이 부어 입을 벌리기조차 힘들다. 며칠 전 아주 신 김치를 아무 생각 없이 우적우적 씹어 먹을 때 평소 아픈 신경을 건들었던지 통증이 벌떼처럼 일어났다가 잠깐 수그러들었는데 상가에서 또 소주를 들이부었다. 발기되었다가 수그러들기를 반복하던 치통은 아예 이틀 동안 뻣뻣하게 솟구쳐 있다. 잇몸이 완전히 들떠 터질 듯이 욱신거리는 바람에 머리가 마치 땅벌에 쏘인 듯하다. 나는 지금 앓던 이가 빠졌다는 표현의 의미를 이 치통만큼 저리도록 느끼는 중이다.


첫 치통을 앓고서 8년여가 흐른 지금, 내 어금니 쪽 치아들은 금방이라도 뽑힐 듯 흔들린다. 실제로 모두 뽑아내야 할 판이다. 태풍 같은 첫 치통을 앓은 그때 이후 담배를 끊었어야 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잇몸이 약한 사람이라면 특히 술․담배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자기 남편이 임플란트를 하는데 몇천만 원이 들었다는 지인의 말이 협박처럼 떠오른다.


통증이 어드록 심한지 이를 직접 뽑아버렸으면 싶어 손가락이 자꾸 어금니 쪽으로 들어간다. 손가락을 대기만 해도 흔들리는 이는 뿌리가 깊은지 덜렁덜렁하면서도 쉽게 안 뽑힐 태세다. 아마 뽑히면 생살점도 찢겨 올라오지 싶다. 생각 같아서는 손으로 확 밀쳐버렸으면 싶은데 오른쪽 볼이 주먹만 하게 불거져 있어 자칫 더 큰 고통을 수반될지 모른다. 여기서 나는 절박하게 결심을 한다. 이제 정말 금주도 해야지. 담배도 끊었는데 술을 못 끊으랴. 오늘 밤 나의 온몸은 밤새 마른땀을 흘리며 저릴 것이다. 치아의 건강은 정녕 5복 가운데 넣어야 할 일이다.(2010년 06월 04일)


*어드록_‘얼마나’의 옛말

 

금연일기 연재 출처: http://cafe.daum.net/w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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