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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주세요, 금연 1주년이 되었습니다!

7154 2010. 6. 26. 22:22

축하해주세요, 금연 1주년이 되었습니다!


 

내 앞 자리에는 이미 사법시험을 합격한 K 씨가 앉았다. 그해 1차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 나는, 마땅한 공부 장소를 찾아 떠돌다가 그 OO공원 독서실까지 흘러들어 갔다. 아직 연수원 들어가기 전인 K 씨는, 연수를 받기 전인가 아니면 연수가 끝난 이후라던가 하여튼 아내와 함께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합격한 그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다는 제물로 숨이 막혔는데, 그가 나를 주눅이 들게 하는 또 하나가 있었다. 1차 시험을 놓친 나보다 더욱 치열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자리에 앉으면 그는 점심때야 한 번 일어났다. 또 오후부터 앉으면 저녁때 한 번 일어나고, 저녁을 먹고 앉으면 시내버스가 끊길 무렵인 자정 가까이 돼서야 일어나는 것이다. 하루 딱 세 번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와는 반대로 나는 두 시간이 채 못 되어 일어나는 신세였다. 말할 것도 없이 담배를 피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어날 때마다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면 자존심이 슬그미 무너져 내렸다. 그처럼 집중력이 뛰어난 K 씨는 전혀 담배를 안 피웠다.

사법시험 1차를 패하니, 불볕더위가 내리쬐던 날 홀로 낫을 든 채 한 오백 평 보리밭을 꿈만하게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그런 나에게 K 씨는 충분한 자극제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아니 합격하였으면 다른 데서 공부할 일이지 누구 기죽일 일 있나.’하는 생짜와 강짜가 뒤섞인 심보가 일기도 하였다. 아마 그는 법학이라는 학문이 만화 보듯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루 열일곱 시간여를 공부하면서 어찌 하루 딱 세 번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한 시간쯤 지나면 나는 벌써 담배 생각이 들솟아 정신이 흩뜨려졌다. 나도 담배를 끊으면 저리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K 씨와 마주하던 내내 부접하던 당시였다.

하루를 올인하듯 몰입하던 그는 나에게 조만히 충격이었다. 그러다가 마침 신림동 고시촌에서 금연침 도움을 받아 금연할 기회가 생겼다. 금연 들머리에는 책상 앞에서 배돌기만 할 뿐, 진득하게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두 달쯤 지났을까, 하루는 점심도 거른 채 7시간 동안 끈지게 앉아 있었다. 비록 인내를 시험하려는 것일 뿐, 책을 보는 데 집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서가 아니었어도 금연을 하니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로 여섯 달 동안 이어지던 금연은 사랑하는 형이 말기 암 선고를 받던 날 끝이 났었다.

이즘이야,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 다섯 시간이든 여섯 시간이든 가볍게 앉아 있을 수 있다. 금연 1주년인 오늘, 사실 나는 지금 다리가 터질 듯이 부어 있다. 계절마다 발행하는 수필잡지‘수필계’ 여름호가 늦어 며칠 동안 무리하게 앉아 있었더니 풍선처럼 부어오른 것이다. 이제는 나이 탓인지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다리가 붓는 날이 잦아 파스를 붙이곤 한다. 발등이며 종아리가 심하게 부어올라 신발이 안 들어갈 정도이다. 이 다리 붓는 증상은 금연 이후 나타났다.


나는 금단 현상을 2단계로 나누어 본다. 물론 금연 1년을 기준으로 해서다. 1년을 뒤돌아보면, 초기 금단 현상은 주

로 솟구치는 욕구에서 비롯된 고통이었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먹고 자는 모든 것이 담배로 통하던 시기이다. 밥을 먹다가 이제 식사가 끝나도 담배를 못 피운다는 생각이 미칠 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금연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무심코 호주머니를 짚었는데 몹시 허망할 때, 술이 들어가 담배 욕구를 발적시킬 때 등, 속으로 단말마적 비명을 내지르며 정신적 공황 상태로 빠져든 1단계 현상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면서 ‘2단계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담배 욕구는 순이 죽어 갔지만 평소에는 없던 이상 증상이 발작하기 시작하였다. 설사나 혈변, 폐 통증이며 우울증, 기립성 빈혈 등은 처음부터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왼쪽 눈에서  날파리 한 마리가 어른거리는 듯한 비문증(날파리증)이 생기는 것이다. 담배 연기를 못 뿜어내서인지 현재 비염도 앓아 고역이다. 심심하면 코피가 쏟아지거나 다리 부종도 잦을 뿐만 아니라 욕구불만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엊그제는 어금니 하나도 뽑아냈다. 이들을 딱히 금단현상으로 볼 일은 아니나, 10년째 금연 중인 동생 말이 금연한 지 한 3년 동안은 몸 안 아픈 곳이 없었단다. 담배의 독한 기운으로 억눌려 있던 질병들이 풀려 하나씩 불거졌다는 것이다. 하도 여기저기 고장이 난 듯해서 아예 담배를 다시 피울까도 고민을 하였다는 동생이다.

‘그래서야 어디 금연 하겠냐.’할지 모르겠으나 좀 더 멀리 바라보면 무조건 금연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50년을 넘도록 건강하게 살아야 할 사람이 3년 고생 못하랴. 지금 동생 몸에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결혼 전 금연을 해서인지 아이들의 피부도 곱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금연과 연관이 있다면 철록어미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나 보이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흡연 중독의 차이도 있을 것이어서 금연 가운데 겪는 현상도 다를 수 있다. 아무튼 담배와의 인연은 일찍 끊고 볼 일이다.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혐오식품인 것이다.

 

금연을 하면서 블로그나 카페에 설치한 ‘디데이 위젯’에서 마침내 오늘 ‘D-day 금연 1주년’이 떴다. 금연을 도와주는 ‘금연길라잡이’ 홈페이지도 로그인하면 금연일수가 나오는데 내가 입력을 잘못하였던지 오늘이 금연 366일째로 나온다. 처음에는 1년이 길었으나 시간이 좀 지나니 잊고 지내는 날이 늘어 금방이었다. 이제는 까맣게 잊은 날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담배 연기 한 모금 코로 짜릿하게 내뿜으면 줄줄 흐르는 콧물도 뚝 떨어질 거 같은 날이 있다. 오늘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는데 면도칼로 살을 쌈박 베듯 담배 욕구가 스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다가 아까운 청춘을 잃어버린 것처럼 무슨 일이든 실패의 연속이었으며,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이 있을까 자책하던 날이 숱하였다. 그러다 보니 가슴이나 입으로는 ‘너 자신을 사랑하라.’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없었으나, 52년 삶을 통틀어 오늘 처음 내 자신을 사랑한다며 스스로 등을 토닥거린다.

귀중한 삶의 알천들을 잃어버리고서야 뒤늦게 금연을 한 회한이 밀려오기도 한다. 술과 담배를 오랫동안 가까이 한 자체가 내 인생 최대의 오점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지 달리 지혜가 없다. 이제라도 금연을 하였으니 되었다.


금연이 아직 성공은 아니지만 1년 내내 단 한 개비도 안 피웠다는, 단 한 모금 아니 라이터 자체를 켜보지 않았다는

직심이 나를 기쁘게 한다.

티를 내려고 해서가 아니라 나는 하루 3갑을 피우는 골초였다. 조금 피다가 비벼 끄는 성질도 아니었다. 꽁초가 길면 나는 그것을 버리지 못해 다시 피웠으니, 내 꽁초는 필터 가까이 바싹 타들어간 ‘몽당꽁초’였다. 가장 아찔한 일은 노모와 함께 살면서 매번 불을 낼 뻔한 일들이다. 지금도 장판 군데군데 담뱃불 자국이 흉측하게 남아 있다.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다가 잠이 든 탓이다. 솜이불이며 침대 매트리스에도 담뱃불 구멍이 깊었다. 이제 영원히 그 악몽 같은 일에서 벗어났으면 싶다.

근성이나 직심이 있으면 가볍게 담배를 끊을 수 있다. 담배 욕구가 청처짐해진 이즈음 보살 수행으로 치자면 이제 나는 명자보살(名字菩薩)쯤 되었다. 비록 성공한 삶을 꾸리지는 못하였으나, 담배와 술 없이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금주도 현재 24일째다. 마음을 다잡아 시작한 금주가 아니라 잇몸병을 앓으면서 자연스레 이어졌는데, 일주일쯤 술 없이 살다 보니 하안거하듯 금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더니, 술 없이도 스무나흘을 꾸뻑 살았다. 이제 술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이제 술 없이도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이제 술 없이도 이웃과 잘 대화하는지, 잘 웃을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술 없이도 가족에게 살갑게 대할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가슴 가득 사랑을 채울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가족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지, 술 없이도 눈물을 잘 흘릴 수 있는지. 이제 술 없이도 여덟 살․일곱 살 어린 내 조카들에게 볼을 비비고는  ‘내 아들’,  ’내 딸‘하며 또 끌어안을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기분파가 될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지, 또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지, 대범해질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술 없이도 마음만은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금세 화를 삭일 수 있는지, 또 금세 풀어질 수 있는지, 깊이 잠들 수 있는지 이 모두를 하루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일 년은 거뜬히 지날 듯하다.

술을 마시면 끝까지 끈질끈질 자리를 지키던 내가 이제는 슬그니 가로새야 할 처지다.

술도 이제 담배처럼 가라.


1년이 지난 현재 담배에 대한 생각이다.


.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내가 양치질이 하고 싶어진다.                           

 . 담배 피우는 자체를 잊는 날이 대부분이다. 식사가 끝나도 담배 생각이 전혀 없다.

. 자그마한 감정 변화에 따라 담배가 떠오른다.

. 지금 당장 담배 한 대 피운다면 정말 좋겠다. 싫은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다.

  술 마실 때 는 여전히 피우고 싶다.

. 지금 딱 한 대 피워도 앞으로 금연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면 한 대 피우겠다.

. 담배 맛을 떠올리면 지금도 찐득찐득하다. 거의 갈증 수준이다.

. 술 마신 다음 날 몸 컨디션을 생각하면 정말 금연하기 잘했다.

.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안 나니 날아갈 듯하다.

. 자고 일어나면 몸이 무척 개운하다.

. 술을 마셔도 숙취가 오래 안 간다.

. 운동하는 시간이 늘었고, 몸이 다소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 내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 재떨이며 니코틴 찌든 냄새 등등이 사라졌다.

. 담배 없어도 글 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실제 감정 또는 감성과 담배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따라서 멋이나 분위기와도 무관하다.

. 1년이 지났으니 금연에 성공하였는가? 솔직히 아직 자신이 없다.

. 1년 가까이 지난 요즘 술을 안 마셔도 깊은 수면을 취한다. 내 수면은 늘 가수면 같았다. 머릿속이 산만하고 악몽을 꾸는 때가 비일비재하였다. 술을 마셔야 깊은 잠을 잤는데, 요즘은 잠깐 눈을 붙였다 싶으면 벌써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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