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금연 중
금연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제저녁 들솟던 담배 욕구가 떠올라 금연 일수가 궁금해서 ‘금연길라잡이’라는 홈페이지로 들어가 로그인을 하였다. 여기에는 금연시계가 있는데, 금연 시작 일을 입력해두면 로그인 할 때마다 금연 일수가 붉은 숫자로 뜬다.
금연 577일째
132일 5시간 30분의 수명이 연장
금연저금통 : 1,154,000원
금연 저금통은 담배를 안 사면서 절약된 돈이다. 하루 두 값 이상을 피웠으니 그동안 절약한 돈이 상당한 액수이지만 수중에는 없다. 수치상으로만 절약된 돈이다.
어제 늦은 저녁 시간, 거나하게 취한 친구 두 명이 찾아왔다. 그 가운데 한 명은 꽤 오랜만이어서 바로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담배를 술상에 턱 꺼내놓은 순간, 내 목에서는 ‘악’소리가 날만큼 담배가 당긴 것이다. 술도 들어가기 전이건만 정말 딱 한 대만 피웠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될까봐 더럭 겁이 났다. 담배를 끊은 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러나 싶어 우울한 마음도 들었다. ‘젠 장, 이 지독한 정이라니….’금연은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참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금연을 시작하던 때 부지런히 쓰던 금연에세이도 25편에서 그쳤다. 다만 그동안 몇 줄씩 띄엄띄엄 써온 글을 읽어보니 금연을 하면서 앓았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금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가 그치질 않았다.
지난 해 10월 16일 밤 써둔 메모를 보니 여전히 ‘금연 중’이라는 표시가 난다.
‘고요하다. 고요하면 외롭다. 그 고요와 외로움을 깨트리고자 하는 한 모금의 욕구가 깊은 밤 발작을 일으킨다. 여전히 나는 그 자극을 잊을 수가 없다. 아, 그 오르가슴 같은 희열!
깊이 들이마신 담배 한 모금, 흔들릴 대로 흔들린 샴페인이 코르크 마개를 허공 높이 쏘아 올리며 내뿜는 하얀 절정 같은….’
금연을 하면서 그토록 열심히 하려던 운동이 흐지부지 되었다. 혹독한 욕구를 이겨내던 그 정신이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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