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금주하다
금주를 시작한 지 18일 째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금연처럼, 마음을 다잡아 시작한 금주가 아니라 잇몸병을 앓으면서 자연스레 이어졌는데 일주일쯤 술 없이 살다보니 하안거 하듯 금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더니, 술 없이도 열여드레를 꾸뻑 살았다. 이제 술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이제 술 없이도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이제 술 없이도 잘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잘 웃을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술 없이도 가족에게 살갑게 대할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가슴 가득 사랑을 채울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가족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지, 술 없이도 눈물을 잘 흘릴 수 있는지.
이제 술 없이도 여덟 살․일곱 살 어린 내 조카들에게 볼을 비비고는 ‘내 아들’, ’내 딸‘하며 또 끌어안을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기분파가 될 수 있는지, 술 없이도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지, 또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지, 대범해질 수 있는지 기다려 보는 참이다.
술 없이도 마음만은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금세 화를 삭일 수 있는지, 또 금세 풀어질 수 있는지, 깊이 잠들 수 있는지 이 모두를 하루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일 년은 거뜬히 지날 듯하다. 술, 이제 18 가라.
그런데 술이 있어도, 없어도 늘 그대로인 성정머리가 있다. 마음 약한 거 하며, 쓸데없이 정이 깊은 거 하며, 거절 못 하는 거 하며, 자존심 잘 상해하는 거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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