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 시력을 잃다(1)

7154 2011. 1. 28. 10:04

 

 

 

 

시력을 잃은 꼬실이(1)

 



… 다음날 동물병원에 갔다가 그 얘기를 하니까 의사선생님 눈이 둥그레졌다.

“그래요, 동물들은 약한 애들을 공격하거든요. 그동안이야 그럴 일 없었지만 이제 얘가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아는 거예요. 앞으로는 절대 혼자 두지 마세요.”

 

의사 얘기를 듣고 나니 한층 슬퍼졌다. 사람인들 어디 다르랴. 예의니 도리니 하는 것으로 눈 막음은 하지만 기실 병약하거나 늙은 사람들에 대해 하찮게 여기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늙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도 서러운데 남에게 얕보이는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아비 침대에 계단을 붙여 두었다. 아비가 자러 가면 뒤를 졸졸 따라가 계단을 딛고 올라간다. 그렇게 아비 곁에 누워 있다가 내려오고 싶으면 또 계단을 딛고 내려온다. 그래서 눈이 안 보인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어제 아침이었다. 걷은 빨래를 개켜서 서랍에 넣어 두려고 하는데 꼬실이가 안아 달라고 다리에 붙었다. 한 손에 옷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애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을 열고 옷을 넣자니 손이 모자라 자연스럽게 녀석을 침대에 내려놨다. 잠시 서 있던 녀석이 이내 동그마니 몸을 말고 자리를 잡았다. 서랍마다 열어 윗도리 바지 속옷 차례로 넣고 돌아보니까 꼬실이는 잠이 든 듯했다.

 

그래서 그냥 방에서 나왔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구슬프게 우는소리가 들렸다. 퍼뜩 일어나 방으로 갔더니 침대에서 일어난 녀석이 어디로 내려올지 몰라 내려 달라고 우는 것이 아닌가. 늘 올라가 있는 침대인데도 자기 다리로 걸어 올라간 게 아니라서 계단을 찾아 내려올 방향을 못 찾은 모양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불안하게 우는 모습이라니. 그런 모습을 대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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