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을 잃은 꼬실이(3)

7154 2011. 1. 29. 11:04

 

 

 

 

시력을 잃은 꼬실이(3)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걷고 또 걷고, 요기 콩 조기 콩 부딪히면서 그때마다 우왕 울음을 내지른다. 아마 털을 헤집으면 멍 자국이 제법 있을 것이다. 그래도 꼭 제 고집대로 그렇게 헤매고 다녀야겠단다.

한잠 늘어지게 자고 나면 꼭 하고야 마는, 나름 녀석에게는 신성한 순서인 것인지 모른다. 구석구석 쑤시고 다니며 여기가 안전한 우리 집이라고 확인을 해야만 하는 걸까. 또한 그렇게 아장아장 끊임없이 걷는 것이, 인제는 아무 데나 나갈 수 없는 녀석한테는 중요한 운동이 되는 것일까.

 

문턱이건 문짝이건 만나 부딪치고 나면 다음부터는 발을 높이 높이 겅중거리며 떼어 딴에는 조심을 하는 모양이다. 그 진지함에 문득 숙연해진다. 부딪치는 것이 안쓰러워 부르고 또 불러도, 안아다가 무릎에 앉혀 놓아도 고집스럽게 다시 발을 내딛는 녀석.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고서야 비로소 무릎으로 파고 올라와 똬리를 튼다.

걷는 자세는 언제나 코를 바닥에 대고 킁킁 냄새 맡는 형국이다. 두어 달 전부터 냄새까지도 더는 맡을 수 없어졌음에도 저는 기를 쓰고 냄새를 맡아야겠단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아무 냄새도 안 난다고 믿는 것이 틀림없다. 화장실에 데려가도 오줌 마려워 동동거리면서도 열심히 지난 제 흔적을 찾아 콩콩 냄새를 맡고 찾고, 결국 더는 참을 수 없어지고서야 마지못해 쉬야를 한다.

 

저를 버리지 않는 그 고고함은 나도 늙어 모든 감각을 다 잃고서도 놓지 않아야 할 배움이다. 그렇게 나름대로 제 습관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저 스스로 존중하는 자세 아니겠는가. 가는 바로 그날까지, 그 순간까지.

 


-김은미 반려견 수필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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