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우리 행복했었지?

7154 2011. 2. 1. 06:21

 

 

 

우리 행복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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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너를 무릎 위에 뉘어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뭔가를 적어내기 좋아했던 어머니는, 차분한 수필집 한 권 내서 네 앞에 놓고 으쓱거리고 싶었단다.

 

내가 글을 쓰면 쓸수록 너는 심심해서 잠만 자야 했으니까, 많은 시간을 자기만 하며 기다려야 했으니까, 그 미안함을 책으로 덮고 대신 너를 앞에 안아 어머니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주려고 했거든. 물론 거기에는 네 이야기도 있을 예정이었으니까 말이지.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 그러나 마음만 바빴을 뿐 행동은 굼떴던 까닭에 끝내 네게 어머니 책 한 권 보여주지 못했구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허전한 무릎을 자꾸 쓸다가 대신 어머니의 첫 책을 네 사진과 네 이야기로만 채우기로 마음먹었어. 우리 식구 말고도 누군가가 너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무리 작은 몸피를 갖고 있어도 그 마음씀은 무엇보다 넓고 크고 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육아일기 쓰듯 차곡차곡 적었을 텐데, 그저 무턱대고 사진만 찍어대다가 너무 뒤늦게야 네 이야기를 글로 적기 시작한 게 몹시 아쉽구나. 하지만 글로 남기지 않았다고 어머니가 하나라도 잊은 게 있겠니. 아가! 책 나오면 매일 한 꼭지씩 읽어 줄게. 그런 적도 있었지 하고 빙그레 웃으며 들을 네 둥근 눈이 보이는 것 같다. 꼬실아. 우리 행복했었지? 모두 우리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지?’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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