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을 잃은 꼬실이(7)

7154 2011. 2. 1. 11:17

 

 

 

시력을 잃은 꼬실이(7)

 

 



…… 눈이 보이던 1년 전만 해도 길을 걷다 발에 물이 묻기만 해도 탈탈 털어 대던 녀석이었다. 한쪽 다리 들고 오줌을 누다가 흘러서 다른 발에 묻으면 질겁하며 뒷걸음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인제는 오줌이 묻건 똥이 묻건 밟고 다니건 모르는 것이다.

내가 귀찮은 게 문제가 아니다. 딱히 눈이 보이지 않아서만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 괄약근이 약해져 오줌이건 똥이건 참기 어려운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앞이 보이던 끝 무렵에 벌써 그런 조짐이 있어서, 부지런히 화장실로 가다가 더 참지 못하고 도중에 오줌을 지린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그때 풀죽어 내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우는 것을 달래느라고 애를 먹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일은 점점 늘어났을 것이다. 다만 그 뒤 곧 시력을 잃어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도중에 실례하는 것과 겹쳐졌을 것이다. 만약 여전히 앞을 보고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음에도 그런 일이 자꾸 벌어지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는가. 요즘 들어 더 잠이 많아진 녀석이 내가 휴지니 걸레니 들고 설치는 소리에도 평화롭게 자는 것을 보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병을 앓는 일 없어 고마워. 잘 먹어주어 고마워. 딴에는 오줌 똥 가리겠다고 맡기지도 않는 냄새를 맡으려 하며 화장실 찾아 한참 헤매는 그 습관이 고마워. 그리워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반가워할 줄 알고, 어리광부릴 줄 알고, 수줍어할 줄도 알고, 화를 낼 줄도 알고, 삐치기도 하고, 등등 여전히 풍부한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줘서 고마워.

누나가 장난으로 ‘아야’ 소리 지르면 비록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는 와중에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왕왕 짖어줘서 고마워. 언제나 누나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아주는 충성심이 고마워.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가고 싶은 데 가겠다고 콩콩 박고 울면서도 찾아나서는 고집이 고마워.

밀어주는 밥그릇을 마다하고 혼자서 찾으려는 자존심이 고마워. 무엇보다도 한결같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렇게 있어 주어. 하루에 스무 번을 걸레 들고 쫓아다녀도 좋아. 있어만 주는 것으로도 무진장 고마워!”……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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