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을 잃은 꼬실이(8)

7154 2011. 2. 1. 14:32

 

 

시력을 잃은 꼬실이(8)

 

 

 

 

 

작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었을 때도 슬프긴 했지만 절망을 느끼지 않았던 게 이상하긴 하다. 몇 달 전부터 잘 듣지 못하고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었어도 이번처럼 미칠 듯한 기분은 되지 않았다. 아마도 시력이나 청력, 후각 상실은, 그래도 아직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최후의 안도감 또는 자긍심 때문에 그럭저럭 넘겼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 마지막이 흔들리는 것이다. 어쩌나….

‘이를 더 자주 닦아줄 걸, 매번 흔들리는지 확인해 볼 걸.’

 

 

후회하는 나를 보고 의사가 웃었다.

“열일곱 살이나 되어 이렇게 하나도 잃지 않은 개는 아마 없다고 봐도 좋을 거요. 이제껏 지켜준 게 어딘데 후회를 해요? 후회해서 될 일 아니에요. 늙는 건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어요.”

 

의사의 위로도 뚝 떨어진 가슴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치조골을 튼튼하게 한다는 약을 지어주며 너무 믿지 말라는 의사. 그래도 검사를 해보더니 어금니는 까딱없단다. 야생에서 다른 동물을 잡는 거면 모를까, 집에서 주는 사료를 먹는 개들한테는 사실 물어뜯는 앞니는 없어도 큰 지장이 없단다. 씹을 수 있는 어금니면 충분하단다. 그런데 그 어금니가 전혀 흔들림도 없이 튼튼하게 박혀 있으니까 당장 염려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로 조금 위로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내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릎에 앉아 있는 녀석 입술을 억지로 들추고 들여다본다. 일부러 힘주어 밀지 않으면 흔들리는 건 모른다. 아직도 모든 이가 촘촘히 진주처럼 예쁘게 박혀 있다.

 

 

‘꼬실아, 머지않은 거 알아, 죽을 거 알아. 하지만 예쁜 이 하나도 잃지 말고 고운 모습 그대로 천국에 갔으면 좋겠어.’

 

 

나는 눈물이 그렁해 있는데 저를 성가시게 했다고 녀석은 화가 나서 눈이 쪽 찢어져 머리를 뒤로 뺀다. 어릴 때 모습 그대로다.

‘예쁜 내 새끼.’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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