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0)

7154 2011. 2. 11. 09:50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0)

 

 

 

 

 

 

 

우리 가족에게 그 병원은 두 번 다시 들어서기 싫은 곳이다. 3년 동안 제 집 드나들 듯해서 병원의 구석구석까지 꿰뚫고 있다. 응급실로 첫발을 들여놓고서,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번갈아 오갔으며 일반 병실을 거쳐 급기야 죽음의 병동인 호스피스 병동과 마지막엔 지하 장례식장까지, 어떤 느낌도 모자랄 만큼 환장하게 사랑했던 형을 그리 보냈던 곳이다. 어머니가 그동안 위통을 심하게 앓아오면서도 개인병원을 전전한 사정이기도 하다.

 

 

싸늘한 공기는 가슴을 더 차갑게 하고 가물거리는 별들이 수심 가득 차 보인다. 새벽 고요가 어머니의 신음을 더욱 부풀려 폴짝 뛰면 닿을 거리를 애타게 늘려 놓았다.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애틋한 고마움을 느낀다. 나이만 먹었지 내 앞에서는 언제나 철없는 막내였다. 어떤 때는 서늘할 만치 인색하여 종종 가슴을 다치게 하던 동생이다. 사실 녀석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어도 형이라는 내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허둥대는 처지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어려운 가족사(事)의 중심에는 녀석이 잘 버티며 든든한 기둥 노릇을 해온다.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이런 동생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다니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형이다.

 

 

새벽에만 해도 그렇다. 제수씨의 입덧이 유별나서 별거 아닌 별거를 하는 동생이 어머니와 함께 자지 않았다면 밤새 혼자 앓는 어머니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알아차렸다 해도 승용차가 없는 나로서는 발 빠르게 병원으로 모셔가지 못했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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