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2)

7154 2011. 2. 13. 17:15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2)

 

 

 

 

비바람을 따라 출렁출렁 춤사위를 벌이며 어린 감성을 자극하던 대밭이 겨울의 싸늘한 정조로 돌아선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간소한 삼년상 제단을 작은 방에 만들었다. 영정사진과 촛대와 향로를 갖춘 제단에는 붉은 망사를 휘장으로 둘러쳤다. 이후 어머니는 몇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제곡(啼哭)과 함께 *삭망전(朔望奠)을 지냈다. 자식을 대신해 하는 삼년상이었다.

 

 

 

평소 살갑지 않은 부부라서 두 분의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는 없다. 다만 아버지가 깊은 병이 든 후 날마다 애달파하며 눈물짓던 모습이나 어머니의 허벅지를 베고 임종을 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리고 아버지의 무덤에 억센 풀이 자라거나 작은 구멍이라도 뚫리면 지금도 안절부절못할 만큼 아버지의 산소를 지극히 간수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두 분의 사랑을 짐작할 뿐이다.

 

 

 

붉은 천 안에서 어머니의 곡(哭)은 *설리설리 터져 나왔다. 마치 외고 있는 애조가(哀調歌)를 부르듯 어머니는 엎드리자마자 울음을 토해냈다. 아무리 달이 흘러도 일정한 톤의 곡은 바뀌지 않았다. 높고 낮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멈출 듯 멈출 듯하면서도 한 시간가량 이어진 통곡에는, 한창 젊은 나이를 접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제대로 고수련 해주지 못한 자책과 다섯 자식을 데리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암담한 심정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였을 것이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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