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9)

7154 2011. 2. 10. 08:00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9)

 

 

 

 

 

 이틀 밤을 야근한 탓인지 발걸음이 허정거린다.

어두운 집골목을 들어서자 쓸쓸한 감정이 가슴을 툭 쳤다. 어머니의 창에는 불이 켜져 있을까…. 골목을 들어서며 어머니의 창을 찾는 아들은 오십 문지방을 넘어선 이제야 철이 드는가 보다. 창문 불빛은 어둠이 짙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감전시킨다. 내가 들어서는 골목 끝쯤 당신의 창이 있다. 풀숲 헤치듯 다닥다닥 달린 주택가 유리창을 헤치며 안심찮은 시선이 그 기다림의 창을 찾는다. 은행나무가 시커멓게 시야를 가려 오십 중년이 길 잃은 아이 마냥 언뜻 불안하다. 사실 불안해할 일은 아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각이라 어머니는 불을 끈 채 주무실 참이기 때문이다.

 

 

 불빛의 부재를 나는 왜 어머니의 부재로 생각하는가. 마을 초입 고갯마루에 막 올라섰을 때 맨 먼저 눈에 띄던 처마 밑 불빛 같은 기다림, 살아가는 일이 고단하고 외로워서 주위를 둘러보면 금방 내 시선을 붙들던 당신, 처음부터 나를 안타까이 지켜보던 그 눈길들이 늦은 밤 골목을 들어서면 당신의 창에서 여전히 불빛으로 어룽지는 까닭이다. 퇴근할 아들을 기다리며 노모의 불빛은 대문 밖에서 매일 밤 그렇게 서성거리는 것이다.(당신의 창)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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