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4)

7154 2011. 2. 18. 22:04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4)

 

 

 

 

 

 

퇴근길, 다시 전철을 탔다.

해가 떨어진 지 오랜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노을의 잔영이 남아 있다. 쥐 죽은 듯 고요하던 아침과는 달리 재잘대는 소음이 귓가에 바람처럼 스친다. 벌써 불콰한 얼굴들에는 향기로운 시간이 자주 하얀 이를 드러낸다. 나는 저녁 늦게야 반주 몇 잔으로 오늘 하루 내 영혼에 박힌 가시들을 녹이게 될 것이다. 차창으로 비치는 두 남녀의 모습이 정답다. 맞벌이 부부로 보이는데 언뜻 일전에 본 두 남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가 잠시 내린 그날, 피곤한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서 있는 남자를 여인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핸드백을 열더니 휴지를 꺼내 흙탕물 묻은 남자의 구두를 쭈그리고 앉아 닦아주는 것이다. ?저런 여자라면…? 전철 안의 누군가는 중얼거렸을지 모른다.

 

전철이 노량진 철교 위를 지난다.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사람들의 땀방울 같다. 아니면 사람들의 뼛속에서 빠져나온 사리던가. 한강을 끼고 달리는 차량의 불빛을 보며 만선의 깃발을 떠올린다. 저들은 오늘 무엇을 얼마나 캤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진다.

 

집을 향해 잘 달리던 전철이 한참 멈추어 선다. 어느 역 사상 사고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나온다. 요즘 종종 듣는 이야기인데 세밑이어서 더 침울하다. 집에서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 어릴 적에도 미처 개펄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밀물에 잠긴 사람이 있었다.

 

 

소주병이 올라온 밥상을 마주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귀티 넘치는 여인이 뉴스를 진행 중이다. 이러저러한 뉴스가 나오더니 오막살이에서 홀로 살던 노인이 또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돌아오지 않은 것인가 버린 것인가. 여전히 도시에는 소설가 박태원씨가 가사를 바꾸었다는 ?클레멘타인?이 흐르고 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오막살이 집 한 채/고기 잡는 아버지와/철모르는 딸 있네/내 사랑아 내 사랑아/나의 사랑 클레멘타인/늙은 아비 혼자 두고/영영 어디 갔느냐.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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