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꼬실이(22)
_마지막 함께한 1년
차를 타면 절대 자지 않고 긴장해서 울어대는 녀석. 전에는 콜콜 잘도 자고 창 열어 달라고 꿍꿍대다 제가 단추 눌러 문 열고는 코 내밀고 콩콩 바람도 맡더니만, 앞이 안 보이면서부터는 무조건 울고 본다. 어디를 가는지 몰라 두려운 걸까. 그 습관을 고쳐 보고자 애를 썼지만 1년 반째 변함이 없다.
창을 열고 고개라도 내밀어 주면 기겁을 하고 몸을 뒤로 뺀다. 그러다가 볼 일 다 보고 돌아오는 눈치면 그제야 안심하고 엎딘다.
‘인제 집에 가는 거지?’
이렇게 편안해지나 보다.
어제 아마 일주일 만에 오래 돌아다녔던 것 같다. 얼마나 울어대던지 도중에 몇 번을 세웠다. 혹시 쉬야 마려 그런가 응가 마려 그런가 걱정이 되었는데, 쉬야도 한 번 하고 응가도 한 번 하고, 그러고도 계속 울어서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어르고 토닥거리고 살살 쓰다듬고 뽀뽀 쪽 하고 큰소리로 야단도 치고. 야단쳐야 귀 어두워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야단맞는다는 눈치는 있다.
좌우간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밤새 잘 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직도 잔다. 피곤해 죽겠나 보다. 차가 달렸지 제가 걸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뻗대고 앉아서 긴장하며 울어댄 것이 더 피곤했을 것이다. 어휴, 또 나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잘 건가.
‘얀마, 밥 먹고 나가야 잖어.’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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