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24)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8. 17:09

 

 

 

 

 

 

 

 

시력 잃은 꼬실이(24)

_마지막 함께한 1년

 

 

평생 1.8킬로를 넘기지 않던 작은 체구가,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제대로 걷고 뛰지를 못하는 까닭에 근육이 다 빠져나가 요즘은 기껏 1.5킬로를 채운다. 그런 여윈 몸으로,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로 마취를, 수술을 잘 견딜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며칠 뒤에 그 눈을 다시 못 뜨고, 그래서 병원에 가 주사를 맞으면 일단 급한 불 끄고, 다시 며칠 지나면 또 눈이 붓고, 이런 식의 되풀이를 하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 나온 수정체가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상처를 내 염증을 일으킨 것이라 했다. 눈 안에 염증이라니, 사람이라면 과연 그렇게 견딜 수 있으려나.

 

딸한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수술을 받아야 하려나 보다. 수술하다가 혹시 도중에 일이 생겨 영원히 못 깨어난다 해도 그게 녀석이 받은 목숨길이려니 해야 하지 않겠느냐. 며칠 간격으로 주사로나 통증을 달래며 사는 게 과연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충 그런 뜻이었다. 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후 어제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겠다고 얘기하고 진통제를 맞았다. 아프지 않아야 밥을 먹을 것이고, 일단 먹어 두어야 수술을 견디기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사를 맞은 후 아파하지도 않고 붓기도 가라앉아 평소와 다름없이 자다가 깨다가 구르다가 장난치다가 했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녀석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녀석이 또렷이 보였다. 가끔 손으로 살그머니 쓸어내리기도 하고, 도중에 두 번 화장실 가겠다고 일어났을 뿐 내내 쌕쌕 숨소리도 예쁘게 잘 자는 것을 보며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 되었어도 선뜻 나서게 되지 않았다. 다른 때보다 느지막히 세탁기를 돌려 놓고는 그것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면서 늑장을 부렸다. 하지만 결국 가야만 하는 것.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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