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21)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5. 15:48

 

 

 

시력 잃은 꼬실이(21)

_마지막 함께한 1년

 

 

우리 딸은 꼬실이와 싸우는 게 사랑법이다. 예뻐 죽겠다면서도 종일 으르릉이다. 거기에 맞추는지 꼬실이도 누나 앞에서 고집 피우며 싸울 일을 만든다. 잘 모르는 사람은 딸이 개를 구박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 짜증내면서 왜 굳이 개를 기르느냐고도 한다. 하지만 여느 동기간들끼리 티격태격 싸우면서 깊은 정을 나누는 것처럼 딸과 막둥아들은 그렇게 사랑을 표현한다. 한참 싸우다가 어느 결에 화해하고 싹싹 핥아주고 불끈 안아준다. 둘이 시끄럽게 아웅다웅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나라고 다르지는 않다. 나도 늘 꼬실이와 싸운다. 아마도 꼬실이는 우리와 싸우는 것을 제일가는 즐거움으로 알고 우리를 그렇게 길들였나 보다. 따뜻한 온열매트를 틀어주고 재웠더니 굳이 내 다리에 앉겠단다. 다리에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고 신경질을 낸다. 어두운 귀에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차근차근 타이르며 몇 차례 매트에 데려다 줬다가 자꾸 빠져 나오는 통에 끝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다리 저려 죽겠다고오, 왜 저기 따뜻한 데서 안 자겠다고 이 야단이냐고오.’

 

큰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내 다리를 벅벅 긁으며 ‘우웅우우웅꽁알꽁알’ 저 딴에는 무슨 그럴 듯한 이유를 대는 모양새다. 그게 우스워 내가 물러섰다. 지금 내 다리에 올라앉아 편안하게 자고 있다. 나는 다리가 저려 죽을 지경이다. 언제나 이 모양이다. 밀고 당기며 야단치고 변명하고 짜증내고 싸우고, 그러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다리 이상으로 마음이 저려 꼭 끌어안고 만다.

 

‘나는 행복해. 너도 행복하니. 이렇게 행복하기 때문에 네가 떠날 때 슬프기는 할지언정 너와 만났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네가 주는 슬픔조차 사랑 끝에 오는 것임을 아니까 그것조차 기쁠 거야. 헤어지면서 슬플 존재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행복한 슬픔!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누군가 때문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 누군가를 데려올 거야. 너한테처럼 진하게 사랑을 줄 거야. 하지만 너처럼 사랑하진 못할 거야. 누군지 아직 모르지만 너와 같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다른 깊이로, 다른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거야. 너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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