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23)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7. 16:34

 

 

 

 

 

 

시력 잃은 꼬실이(23)

_마지막 함께한 1년

 

 

마침내 도착한 병원은 개 손님으로 바글바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려 네 마리나 앞에 있어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순서가 되어 의사님이 꼬실이 눈을 들여다보더니 갸우뚱 해 우리 가슴을 철렁 내려 앉혔다.

 

손만 댔다 하면 병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치고 버둥대는 바람에 찬찬히 보기 편하도록 나와 딸이 고 작은 녀석을 잡고 누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정체가 탈출한 것 같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

의사님이 안과 책을 가져와 펼치자 나도 머리를 디밀고 같이 들여다봤다. 의사님이 딱 가리키는 사진을 보고 덜컥, 내 심장이 어디까지 떨어진 듯하다.

 

조금 아까 본 꼬실이 눈이랑 똑같다. 웬 하얀 동그라미 하나가 아래로 뚝 떨어져서 그냥 앞에서 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아래 눈꺼풀 내려까야 겨우 보이는 그 가라앉은 하얀 달. 의사님 말대로 수정체가 떨어져 나온 거다.

‘맙소사, 무슨 이런 일이 있다니?’

 

아마 어디 호되게 부딪혔나 보다고 했다. 그러면 간밤에 쉬야하고 응가하려고 침대에서 내려가 돌아다니다 어디 모서리에라도 박았던 걸까. 녀석이 다닐 때는 으레 몇 번은 박게 마련이어서, 때로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살짝 놀라 뒷걸음만 펄쩍 뛰기도 하는데, 간밤 잠결에 큰소리는 못 들었었다. 잠귀 밝은 편인 내가 겨우 두 시간 남짓 자는 동안 못 들었을 리는 없는데. 아마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쿵 박고 작게 꾸웅 울었거나 조금 크게 꺅 소리를 냈어도 늘 하던 대로 그러려니 무의식중에 넘겼었나 보다. 그러나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그게 제법 정통으로 눈 부위를 부딪친 거란 말인가.

 

얼마나 미안한지 눈물이 나왔다.

꼬실이 때문에 내가 요즘 울보 다 됐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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