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력 잃은 꼬실이(20)_마지막 함께한 1년

7154 2011. 2. 14. 15:20

 

 

 

 

 

시력 잃은 꼬실이(20)

_마지막 함께한 1년

 

 

몇 달 전 TV에서 ‘노견만세’라는 다큐멘타리를 했는데 개나 고양이를 기르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무심히 보아 넘기던 사람들조차 울었다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나와 딸은 눈물이 핑 돌긴 했어도 여느 때 개나 고양이 등 짐승을 다루는 방송을 보던 때와 다르게 엉엉 울지는 않았다. 거기 병들고 죽어가다 끝내 떠난 열일곱 살 개들, 우리 꼬실이도 열일곱 살, 그래서 그 아이들과 우리 꼬실이를 비교해 보느라 미처 울 정신이 없었던 거다.

 

우리에게 꼬실이는 아직도 아기다. 눈도 안 보이고, 귀도 거의 안 들리고, 냄새도 못 맡지만 여전히 아기다. 개를 보는 눈이 남다른 우리 동호회원들은 꼬실이를 볼 때마다 “꼬실이는 나이를 거꾸로 먹나 봐. 인제 가방 메고 초등학교 입학해도 될 것 같어.”라며 웃는다.

하지만 짐승에게 별로 관심과 애정이 없는 보통사람들 눈에는 울 귀염둥이 꼬실이도 늙은 개에 불과할 것이다. 안 보인다면 혀를 차고, 못 듣는다면 또 혀를 찬다.

개가 그리 나이를 먹었다면 모두 한결같이 묻는 말이 있다.

“나중에 어찌 보내려구요.”

“글쎄요, 슬프겠지요.”

“나는 그래서 정들까 봐 개를 안 길러요.”

“부모도 보냈는데 개 보내면서 설마 내가 죽기야 하겠어요….”

 

나는 정말 그리 믿는다. 그리고 태어나서 한 번도 개가 없이 살아본 적 없는 내가 보낸 많은 개에 대해서 늘 그랬다. 슬프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목숨은 계속 살아지고 다시 다른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 결코 잊지는 않지만 헤어질 그 즉시처럼 인생이 자근자근 아프지는 않다.

 

사랑이란, 궁극적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마음이리라. 함께 해줘서,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어 주어서, 나를 헤아려 주어서, 외롭게 두지 않아서 고마운, 그래서 나도 너에 대해 그러리라 뿌듯하게 결심하고 실행하게 하는 마음, 그 사랑을 내 곁을 스쳐간 개들이 가르쳐주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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