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5)

7154 2011. 2. 19. 14:33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5)

 

 

한사리 즈음이면 넘칠 듯 벙벙하게 차오르던 바닷물과 그 위에서 쉴 새 없이 반짝이던 윤슬이 지금도 삼삼하게 떠오른다. 잊지 못하는 어릴 적 고향 풍정이요, 오십이 넘도록 간직한 그리움이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면서 망연히 펼쳐진 바다, 하늘이 내려앉은 끝에는 천추만고(千秋萬古)의 안식처가 있을 듯한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노를 저어 무작정 떠나고픈 충동이 옥죄이는 것이다. 가끔 고향 뒷산에서 주먹만 한 섬이 군데군데 놓여 있는 만조의 바다를 바라보면 감질이 올라 몸이 근질거렸다.

 

바다는 어머니의 양수요, 양수는 태고의 해수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면 대부분 포근함을 느낀다. 탁 트인 바다, 그 시원함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가는 까닭은 결국 포근한 양수가 그리운 것이요, 어머니에게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다. 태아 적 내가 잠긴 어머니의 양수는 아무래도 풍랑이 잦았던 모양이다. 바다 앞에 서면 한편으로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어릴 때 아버지가 부르면 자주 놀라는 버릇이 있었다. 이후에도 평소 심장이 약한데다 소심한 편이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술 취한 아버지의 고성이 양수에 파문을 일으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지 싶다. 더구나 날마다 허기진 날이 잦아 기력이 쇠약하던 시절이 아니던가.

 

 속정이야 깊을지언정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잔정을 쏟는 어머니는 아니다. 꽁꽁 언 몸을 치마폭에 감싸주거나 대문을 들어서는 어린 자식을 하얀 미소로 맞이하거나 축 처진 어깨를 따사로운 손길로 토닥이는 대신 나약한 아버지가 못다 한 자식의 허기진 배를 챙기느라 남의 뒤치다꺼리가 우선이었다. 어리광부리며 안기는 어머니가 아니라 손때가 매섭던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가 매양 불만이라서 친구 어머니를 빗대며 투정을 부렸다. 당연히 어머니는 몹시 속상해 하였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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