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6)

7154 2011. 2. 20. 16:29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6)

 

 

 

 

? ……형은 거의 탈진한 상태로 누워 대소변을 실금한다. 온몸 구석구석에는 암 덩이 같은 몽우리가 불거져 있다. 퉁퉁 부은 왼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괴로워해서 대소변을 받아 내거나 속옷이랑 침대 시트를 갈아주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환각과 망상이 나타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나는 정신을 못 차린다. 암세포가 뇌신경까지 침범해 갈수록 정신착란을 자주 일으킨다.

 

조금씩 숨이 가빠지던 형은 ‘우리가 큰일을 저질렀다. 빨리 뛰자.’ 하면서 일어나려 애를 쓰는가 하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왜 날 죽이려 하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애들을 부탁한다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한다. 팔다리를 주무르며 아무리 진정시켜 보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공황상태는 심해진다. 누가 왔으니 여기서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희번덕거리는 눈짓으로 연방 윽박지른다. 도대체 형의 눈엔 무엇이 보이는 걸까. 무엇이 보여 저토록 무서워하는 걸까. 형은 기어코 일어나 앉아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부은 다리를 부딪치기도 하며 부둥켜안아 달래는 나를 욕설로 뿌리쳐 댄다. 조금 성한 오른쪽 발을 바닥으로 늘어트린 채 쓰러질 듯 흔들흔들하면서 두 손은 침대의 보조대를 꽉 움켜잡고 있다.

 

가난하지만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온 세월이거늘, 우리는 어쩌다가 생살을 찢어내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형을 와락 껴안고 하늘을 향해 통곡이라도 하련만 이제 원망할 의지마저 사라졌다. 형을 안정시키려 시간 반 동안 실랑이를 하느라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극도의 몸부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머니가 병실로 들어오셨다. 형은 어머니를 향해 죽기 싫다며 외쳐대 끝내 당신의 울음을 터트려 놓는다. 아,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결국 간호사가 수면제를 주사한 30분쯤 지나서야 형을 누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케니.G의 색소폰 연주곡을 형의 귀에 대주었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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