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꼬실이(25)
_마지막 함께한 1년
나는 그길로 대기실로 나왔다. 가슴이, 심장이 꽉꽉 옥죄어왔다. 가슴을 꾹 누른 채 서성거리다 막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데 안고 있던 동생을 수술실에다 뉘어놓은 딸이 나왔다. 어느 새 펑펑 울고 있었다. 진료실에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 한 통 들고 나와 연신 코를 풀어대고 눈물 닦아대던 딸. 나도 그것 얻어서 눈물을 찍어내고 팽 코를 풀었다. 우리는 손을 꼭 쥐고 저만치 열려 있는 수술실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의사의 등만 보였다.
가끔 소소하게 병원에 갈 일 있거나 지나다 들러 노닥거릴 때 아프거나 다친 짐승이 와 수술을 하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팔을 걷고 도왔다.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나달나달 해진 상처에 혀를 차면서 핀셋도 건네고 겸자로 수술부위를 집어 벌려 주곤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남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아픈 아이들이 딱하기만 할 뿐 무섭다든지 징그럽다든지 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가 수술대에 누워 있으니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멀찌가니 보이는 아이가 어째 그리 작은지, 그 작은 몸으로 가는 숨만 쉬며 버티고 있는 것이 애처로웠다. 의사가 움직이는데 따라 발이나 귀 끝이 살짝 보이다가 말다가 했다.
귀에 익은 목소리-꼬실이가 우는 소리였다. 울고 있던 딸이 고개를 들었다. 나도 목을 쭉 빼 수술실을 넘어다보았다. 우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의사가 주사기를 드는 게 보였다. 곧 우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수술이 끝나지 않았는데 마취가 깨는 듯, 그래서 다시 마취제를 조금 더 투여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의사가 일어나 몸을 돌리는 걸 보면서 얼른 손전화기 꺼내 시계를 보니 33분 걸렸다. 휴우! 정말 하루 꼬박 지난 것처럼 오랜 느낌이었다. 수술 잘 되었다고 의사가 활짝 웃으며 나왔다. 얼른 들어가 동생을 안아들고 나오는 딸 뒤를 졸랑졸랑, 나도 링거 줄을 갈무리하며 따라 나왔다. 녀석은 축 늘어져 있었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http://www.yes24.com/24/goods/4521672?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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