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별곡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9)

7154 2011. 2. 27. 19:11

 

 

 

 

자닌토 음악과 함께하는 가족별곡(19)

 

 

 

?……악화한 욕창을 치료하자니 마음이 심란하다. 토요일 밤 내내 형을 지킨 형수는 손을 못 대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 짓무른 엉덩이에서 피부가 꽤 떨어져 나갔다. 옆으로 돌아누우면 치료하기가 쉬울 텐데 통증이 심한지 무의식중에도 돌아눕지 않으려 한다. 점점 심해진 욕창을 세심하게 치료해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궁리하다가 좌변기의 깔판을 구해 받쳐주면 공기가 통하지 싶었다. 형수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자 소용없는 일이라며 쉽게 단정해버린다.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듯한 태도가 얄미워 울컥 화를 내는 바람에 형수를 그만 울리고 말았다. 형수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닌데 어느새 지치고 힘들어 발끈한 모양이다. 형수를 그렇게 집으로 돌려보내 마음이 아팠다. 형수도 가엾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형수에게 전화를 해 미안하다고 말하자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한다. 요즘 내가 왜 중심을 잃어 가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나 형수와 조카들을 위해서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죽음의 병실에서조차 퇴원을 꿈꿀 만큼 오로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형이 상황버섯을 달인 물 한 모금만 삼켜주어도 기적이 일어날 징조처럼 보였다. 형과 대화마저 나누지 못한 상황에서 기적을 바라는 짓이 형을 보내지 않으려는 발악일지라도, 당신께서 창조한 세상의 질서를 무시하는 일일지라도,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는 형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일반 병실에서부터 나는 형에게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와 같은 복음성가나 ‘미라클(Miracle)’, ‘Going Home’ 등 케니.G의 색소폰 연주곡이다. 조금이나마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려준 이 음악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가족의 염원을 담고 있는 듯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살아나 멀리멀리 울려 퍼지는 연주곡을 들으면 기분이 다소 나아졌다. 특히 미라클(Miracle)과 Going Home 두 연주곡은 무슨 의미로 작곡되었든, 제목이 이르는 대로 내가 하는 어떤 기도보다 간절히 하늘을 향해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이승훈 에세이집 「가족별곡」(해드림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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