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꼬실이(33)_또 눈물바람

7154 2011. 3.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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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실이(33)_또 눈물바람

 

 

정신을 차린 녀석이 멀뚱멀뚱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무엇이 어찌 된 영문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일단 안심이 되자 비로소 눈물이 났다. 진작부터 울고 있던 딸은 볼을 비벼 눈물을 닦고 휴지를 뽑아 코를 풀었다. 딸애 품에서 편안하게 안겨 있는 녀석에게 몸을 기울여 등을, 목덜미를 살살 간질이면서 자꾸 울었다.

 

‘언젠가, 머지않아 떠나야 한다는 것 알아. 하지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 꼭 엄니와 누나가 같이 있을 때 가, 알았지? 그냥 한번 핥아주고, 눈 한 번 깜빡여주고,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라고. 절대 혼자 외롭게 가지 말어. 그리고! 오래 아프고 괴로워하면 안 돼.’

마음속으로 혼자 한 말이다. 얼마나 마음을 모아 간절히 말했는지 꼬실이는 알아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딸은 오늘 한 과목 종강을 한다. 시험 끝나고 전시회 끝났는데도 굳이 한 시간 더하고 마치겠다는 고집쟁이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나가야 하는 딸은, 동생 상태를 살펴서 마지막 시간을 갈지 안 갈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세 시간을 그렇게 동생을 안고 있었다.

 

녀석은 새벽에 우리 혼쭐을 빼놓던 깜냥으로는 태연했다. 열심히 누나한테 뽀뽀를 하더니 머리로 툭툭 박고 비비고 놀쟀다. 딸이 씻느라고 나한테 넘기자 이번에는 내게 뽀뽀세례, 놀자고 손으로 내 팔을 벅벅 긁어 끌어댔다. ‘내 원 참.’ 그러나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 딸은 학교에 갔고, 그 과목만 마치면 얼른 돌아올 테니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지금 기다리는 중이다.

 

꼬실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나더러 간식을 달래서 먹고는 아주 맛있게 자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어쨌든 열여덟 살 아닌가. 스무 살 넘기기가 여간 어려운 일 아닐 게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 김은미 반려견 에세이집 「꼬실이」(해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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